▷올해로 ‘여성의 신비’ 출판 5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프리던 다시 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남성 중심 사회의 교육과 정책이 여성을 종속적 지위에만 붙들어 매놓고 사회 참여를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외의 중산층 동네를 ‘편안한 포로수용소’라고 표현했다. 이런 자극적 문구로 출간 당시 ‘19∼20세기 통틀어 가장 해로운 책’이란 비난을 받았으나 지금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꼽힌다. 성 평등 실현과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촉구한 저자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14.1%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일하는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은 훨씬 열악하다. 6000명이나 되는 100대 기업의 임원 중 여성은 올해 겨우 100명(총수와 소유주 일가 제외)을 넘어섰다. 얼마 전 국회에선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을 3년 내 15%, 5년 내 30%로 높이는 획기적인 법안을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149곳 중 임원 후보군에 해당하는 1급 여성 간부 비율은 2.6%(80명)에 불과해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어제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공직의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17년까지 15%로 확대하는 방안도 발표해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시도는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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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