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네스코 원작 ‘수업’ 3월 9일까지 서울공연연극배우 이승헌
루마니아 출신의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 원작 ‘수업’의 주인공 교수 역으로 루마니아에서 극찬을 받고 돌아와 귀국무대를 준비하는 배우 이승헌. 그는 ‘수업’만큼은 필생의 작 품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를 처음 본 관객들은 “작은 유오성 같다”고들 한다. 그의 희극 연기를 본 관객은 “찰리 채플린이 떠오른다” 하고 소름끼치는 악역 연기를 본 관객은 “알 파치노나 존 말코비치가 떠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두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의 몸과 표정 연기가 독보적이라는 점에서 그냥 이승헌일 뿐”이라고 말한다. 》
그의 이런 연기력은 지난해 11월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루마니아국가연극제에서 빛을 발했다. 루마니아 태생의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 원작의 ‘수업’(이윤택 연출)에서 주인공 교수 역으로 출연한 그의 신들린 연기를 보고 전석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윤철 국제연극평론가협회장은 “루마니아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연극 20여 편과 함께 유일한 해외초청작으로 ‘수업’이 공연됐는데 현지는 물론 세계 각국 평론가들이 베스트 3를 뽑을 때 ‘수업’이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승헌은 이렇게 기억했다.
“100석가량 소극장에서 이틀 공연을 했는데 마지막 날에는 2층 발코니와 계단까지 관객으로 꽉 찼어요. 공연을 끝내고 사람들이 몰려와 축하의 말을 전하는데 한 루마니아 배우의 영어 인사가 잊혀지지 않아요. ‘생큐 포 더 레슨, 생큐 포 디 액팅 레슨’(당신의 ‘수업’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연기수업에도 감사드립니다).”
“교수의 강의가 크게 수학과 언어로 나뉘는데 특히 언어 부분에선 저 혼자 논리도 안 맞고 헷갈리는 이야기를 20분이나 떠들어 대야 해요. 제가 워낙 대사를 못 외우는 배우로 유명한데 대사가 워낙 비슷비슷하다 보니 정말 곤혹스러웠죠. 그래서 대사를 통째로, 그것도 머리로 외우질 않고 몸으로 외웠어요. 지금도 그냥은 대사를 못 외우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야 줄줄 나와요.”
이승헌은 2002년 이윤택 씨가 처음 ‘수업’을 연출할 때부터 지금까지 11년째 교수 역을 도맡고 있다. 여제자도 송혜윤 강영혜를 거쳐 박인화까지 벌써 3명째다. 연희단거리패는 레퍼토리가 워낙 많아서 후배들에게 물려줄 법도 한데 ‘수업’만큼은 예외다.
“저 스스로 대표작을 ‘햄릿’과 ‘수업’을 꼽는데 ‘수업’만큼은 정말 70, 80세가 될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2002년 초연 때만 해도 정말 뭔 뜻인지도 모르고 공연했는데 신비하게도 공연을 할 때마다 더 깊고 새로운 걸 깨닫게 되거든요.”
이오네스코의 ‘수업’은 그가 스승으로 여기는 연출가 이윤택과 배우 이승헌을 연결해주는 삼각 고리와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