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 마케팅 심으니 ‘스타 농민’ 나더라
DBR 그래픽
올 1월 19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에 있는 한국벤처농업대 대강당에서 1월 정기 수업이 열렸다. 3월 졸업을 위해 꼭 치러야 하는 사업계획서 발표 현장이었다.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벤처농업대에선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동료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교수들의 날카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2001년 시작해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벤처농업대는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 농업인’을 배출한 ‘부자 농부들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1기 졸업생(2002년)은 27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11기 졸업생은 185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졸업생은 1000여 명에 달한다. 신입생 정원은 150명이지만 매년 600∼700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에서 인가받지도 않은, 어찌 보면 그저 그런 민간 공부 모임에 불과할 수 있었던 벤처농업대가 해마다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분석했다.
○ 농민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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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대개 농민을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봤다. 반면 벤처농업대는 농민을 농업이라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업가’로 정의했다. 즉, 농민을 육체노동자에서 창의력과 혁신을 핵심 역량으로 삼는 지식 경영인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당연히 교육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생산성을 높여주는 영농 기술 위주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략과 혁신, 마케팅을 가르쳤다.
경영 관련 콘텐츠를 생전 처음 접한 농민들은 환호했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스토리텔링 기법을 입혀 멋지게 홍보하고 포장하면 조금만 노력해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게 농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농민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잠재욕구(unmet needs)를 충족시켜 준 것이다.
○ 난상토론 통해 지식 융·복합 창출
벤처농업대 수업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해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끝난다. 학생들은 연령, 경험, 출신지역 등이 천차만별이다. 농민, 농업벤처 기업가, 한의사, 경찰서장, 공무원, 대기업 과장, 홈쇼핑 업체 MD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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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찜질방에선 엄청난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이는 결국 지식의 융·복합으로 이어졌다.
○ 진정성 마케팅 통해 고객 감동 실현
강의를 하는 교수들에 대한 벤처농업대 신입생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도대체 저런 분들이 왜?”라는 의문이다. 현재 벤처농업대 전임교수로 자원봉사 중인 민승규 전무, 남양호 한국농수산대 총장 등은 모든 수업에 참여해 자리를 지킨다. 당연히 보수는 없다. 벤처농업대 12기 재학생인 주승환 씨는 “농촌진흥청장(민 전무), 청와대 농림수산식품수석비서관(남 총장) 등 정부 요직을 거친 분들이 서울에서 금산까지 매번 내려와 무보수로 강의해 주고 밤샘토론까지 동참하는 걸 보면 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열과 성의를 다하는 교수들의 진정성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10년 넘게 벤처농업대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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