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국 주리비아 대사
혁명 이후 리비아 국민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민회의 의원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행사했다. 또 국민회의 회의장 또는 총리실 앞에서 연일 벌어지는 크고 작은 시위에서 목격하듯이 카다피 체제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향유하고 있다. 하지만 혁명 2주년에 이른 지금 ‘과연 리비아 국민들은 행복한가’라고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노(No)’라고 답할 것이다.
리비아 국민들은 혁명 2주년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사회적 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휘발유를 비축하느라 주유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또 정부는 이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2년간 리비아는 연일 계속되는 암살과 납치, 총기 강도로 극도의 치안 불안과 지역 및 부족 간 갈등을 겪고 있다. 또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카다피 시절이 더 좋았다는 불평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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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리비아 혁명은 리비아 국민들을 오랜 독재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킨 반면,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새로운 난제를 가져왔다.
지난 수개월간 혼란스러운 리비아 현실을 지켜보면서 한 국가체제가 성공적으로 발전, 안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실감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리비아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리비아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우리에게 제3의 해외건설시장이다. 그리고 지금도 100억 달러 이상의 공사가 재개를 기다리고 있으며, 향후 국가재건 과정에서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우리 기업의 참여 여지가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국력이나 위상에 비추어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북아프리카, 더 나아가 중동의 민주화를 위한 몸부림과 정치적 안정에 우리도 기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리비아 정부 인사들과 국민들을 만날 때 표출되는 기대감으로부터 늘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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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인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민주국가 건설이라는 꿈의 실현을 돕는다면, 우리는 리비아와 아랍권 국민들에게 ‘형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대중동 외교도 한 차원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국 주리비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