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논평을 계기로 13일 취임한 노석균 총장(57)의 취임사와 언론 인터뷰를 자세히 살펴보니 민주당의 논평이 엉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평의 핵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을 영남대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총장의 구상이 과연 대학교육의 기본에 맞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학법인 정관에 설립자라는 뜻의 ‘교주(校主)’로 명시돼 있다.
노 총장은 취임사에서 “영남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그 근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민족대학’임을 꼽았다. 그래서인지 ‘민족중흥’을 여러 번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과 뗄 수 없는 새마을운동을 영남대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욕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인 새마을운동은 영남대의 정체성이고 대학 발전의 에너지라는 뜻이었다.
노 총장의 이 같은 인식이 영남대 재단이사장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시각은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학교 안팎에서는 “이제 영남대는 국립대 위의 왕립대”라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도 들린다. 노 총장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영남대에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영남대가 책임 있는 대학으로서 가야 할 길은 박근혜 정부에서 무슨 특혜라도 받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박 전 대통령과 당선인으로부터 멀어져 겸손하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노 총장이 영남대의 비전으로 설정한 ‘미래를 만드는 대학’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노 총장은 22일 졸업식에서 영남대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대학의 기본’을 들려주면 좋겠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