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메달 도전 19세 최재우
체조 영웅처럼… 모굴 스키 국가대표 최재우는 ‘뜀틀 귀재’ 양학선의 회전점프를 배우고 싶어 한다. 눈 둔덕을 헤치고 내려오다 공중 묘기를 펼치는 모굴 스키에서는 고난도 공중회전이 메달 색깔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양학선이 지난해 런던 올림픽 체조 뜀틀 결선 1차 시기에서 세 바퀴(1080도)를 비틀며 도는 장면(아래 작은 사진)은 최재우의 경기 모습(큰 사진)과 흡사하다. 양학선이 ‘양1’ 기술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듯이 최재우는 양학선의 고난도 기술을 모굴 스키에 접목해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IB스포츠 제공
자신의 우상에게 궁금했던 점을 쏟아냈다. 그가 눈망울을 빛내며 쳐다본 우상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기계체조 뜀틀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1·한국체대). 그는 양학선이 런던 올림픽에서 뛰던 영상을 수없이 봤다. ‘언젠가 나도 학선이 형처럼 완벽한 점프로 금메달을 꼭 따야지….’
최재우(19·한국체대 입학 예정)는 체조 선수가 아닌 스키 선수다. 양학선과는 전혀 다른 종목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1080도 회전. 양학선의 고난도 기술 ‘양1’은 1080도 공중회전을 하는 기술이다. 소년의 주특기도 1080도 공중회전이다.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던 양학선은 한마디를 했다. “마음이 급해서 빨리 몸을 비트는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비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한국은 빙상과 달리 스키에서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키의 김연아’가 절실한 상황에서 ‘희망’이 떠올랐다.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의 유망주 최재우가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키 장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도슨 코치의 올림픽 경기 모습에 자극을 받은 그는 그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 나이였지만 성인들도 하기 힘든 360도 회전 등의 묘기를 손쉽게 해냈다. 캐나다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15세의 나이로 모굴 스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다.
2011년 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그의 실력은 급상승했다. 그를 눈여겨보던 캐나다 대표팀의 한 코치는 귀화 제의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정상에 서고 싶었다. 그가 걷고 있는 길은 한국 남자 모굴 스키의 역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3위에 입상했다. 그리고 2월 초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는 한국 설상 종목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시큰둥했다. “메달을 따야 하는데 따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아직 남은 이번 시즌 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는 이미 내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출전 자격도 확보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최재우’라는 이름 석 자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최재우는…
▽생년월일=1994년 2월 27일
▽신체=176cm, 70kg
▽종목=스키 프리스타일 모굴
▽주특기=1080도 회전, 백플립
▽스키 입문=4세
▽코치=토비 도슨(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경력=2011년 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대회 4위, 2011년 캐나다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 1위, 2012년 FIS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3위, 2013년 미국 월드컵 대회 15위(한국 선수 최초 결선 진출)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