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 서비스업 14개-제조업 2개 中企적합업종 선정
동반성장위원회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21차 본회의를 열고 서비스업 14개 업종과 제조업 2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으로 선정했다. 해당 기업에는 3월부터 순차적으로 3년간 확장 및 진입 자제, 철수 등 권고안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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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외식업체는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음식점 등 7개 업종의 점포를 새로 열 수 없다. 다만 복합쇼핑몰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 3000채 이상의 신설 아파트 등의 신상권은 예외로 인정했다. 예외 상권에 관한 세부 기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위,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음식점업동반성장협의회’(가칭)에서 3월 말까지 정하기로 했다.
빵집과 외식업에서 대기업이란 상시 근로자 수 200명 이상이고 매출액이 200억 원을 초과하는 곳을 말한다. 현재 빵집이나 외식업을 하지 않더라도 대기업이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인수합병(M&A)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빵집 프랜차이즈 ‘마인츠돔’ 인수를 추진하던 카페베네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사업 확장 및 진입 자제 권고를 받게 되는 기업은 28개다. CJ푸드빌 롯데리아 신세계푸드 등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SPC 농심 매일유업 더본코리아 놀부NBG(놀부부대찌개) MPK그룹(미스터피자) 썬앳푸드(매드포갈릭) 같은 중견기업 등이 포함됐다.
○ 외국계 제재 수단 마땅치 않아
관련 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SPC 관계자는 “전국에 동네 빵집이 1만여 개나 되는 데다 매장을 열 만한 상권이 많지 않고 매년 50∼60개가 폐점하는 점을 고려하면 ‘출점 금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CJ푸드빌 측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브랜드 빵집을 반경 500m 이내에 못 열게 해 이미 신규 출점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를 내세운 한식 세계화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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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고안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본코리아 놀부NBG 등 동네 빵집, 동네 식당에서 시작한 중견기업들이 대거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건 잘못”이라며 “중기 적합업종 선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빵과 식사를 함께 파는 커피전문점과 작년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를 인수한 대한제분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전문점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차별 논란이 있었던 외국계 기업의 제재 수단도 마땅하지 않다. 국내 기업은 동반성장위의 권고를 사실상 ‘강제’의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외국계 기업에 이를 강제하면 국제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모건스탠리 소유인 놀부NBG가 권고안을 어기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외국기업이 다른 국가에 진입할 때 진입장벽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동반성장위가 민간과 협의해 만든 질서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대형문고 18개월 참고서 판매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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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분야는 빵집과 외식업을 포함해 14개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교보생명보험(교보문고), 영풍(영풍문고) 등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3월부터 초중고교 학습참고서의 판매 부수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 또 새로 여는 서점은 초중고교 학습참고서를 18개월간 팔 수 없다. 동반성장위는 대형서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동네 서점의 위치를 안내하도록 하는 상생 권고안도 제시했다.
자전거 소매점 ‘바이클로’를 운영하는 LS네트웍스는 현재 약 90%인 전체 매출 중 소매업 비중을 3년 내에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꽃 소매업에서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중고자동차 판매업 관련 대기업(GS카넷, SK엔카)은 점포 수를 동결해야 한다. 자동판매기를 운영하는 업체 중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등 대기업 및 공기업(코레일유통)은 공공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을 하고 있는 대성산업은 사업 철수를 권고 받았다.
강유현·김범석·장관석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