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밑지원 속도내는 총수들
아이스하키-정몽원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가운데)이 2011년 3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선수 대기실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라그룹 제공
대기업 총수들이 비인기 스포츠에 대해 ‘애정어린’ 지원에 나서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올림픽 등 국제경기 출전을 제외하고는 사회적인 관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는가 하면 직접 해당 종목의 협회장을 맡아 선수 육성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안양종합운동장 실내빙상장. 파카 차림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부인 홍인화 여사와 함께 본부석에서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안양 한라 대 일본제지 크레인즈의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한라그룹이 운영하는 프로팀 안양 한라가 4-3 승리로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리그 2위에 오르자 정 회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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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정의선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단이 출전한 양궁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기업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이래 양궁 후원에 힘써 왔다.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대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4년. 2005년부터 3번째 연임이다.
정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우리의 영광은 한 시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창의적인 변화와 도전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엘리트 선수의 집중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 총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광주시청)와 환담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양궁선수들을 친동생처럼 보살핀다”고 전했다.
탁구-조양호 회장 지난해 7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단의 모습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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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이석채 회장 이석채 KT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7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KT 사격단 소속 진종오(왼쪽) 강지은(오른쪽) 선수를 초청해 격려하고 있다. KT 제공
재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바쁜 경영일정을 미루고 스포츠 관련 행사에 제 일처럼 나서는 일이 많다”며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비인기 스포츠 육성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1년 10대 그룹의 후원금 등 스포츠 관련 지출액은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8403억 원)의 절반을 넘는 4276억 원이었다.
이진석·김용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