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학회 해법 제시 “80m앞 10m 높이로 만들면 침수 따른 훼손 막을수 있어”사연댐 수위 조절안 주장… 문화재청 방안과는 달라
갈수기 때 모습을 드러낸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이 암각화는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7, 8개월은 침수된다. 한국수자원학회는 암각화 앞에 제방을 쌓아 물길을 차단해서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 제공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하류에 축조된 사연댐 때문에 40여 년째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훼손이 빨라지고 있다. 이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쌓아 보존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울산시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사연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문화재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사다.
○ 생태제방 쌓는 게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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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학회는 △생태제방 축조 △사연댐 수위 조절이라는 2개의 안을 두고 반구대 암각화 주변을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제작해 암각화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생태제방 축조 안은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 바위 앞쪽 80m 지점에서 물이 암각화 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길이 440여 m, 높이 10∼15m의 둑을 쌓는 것. 이렇게 하면 물길이 제방을 넘지 않고 유속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환경에 영향이 적어 암각화 보존이 가능하다는 분석. 생태제방은 안정성을 고려해 자연석재를 이용한 호안공법이 타당하다고 추천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되기 5년 전인 1965년 하류에 축조된 사연댐 때문에 매년 갈수기(3, 4개월)를 제외하고는 물에 잠겨 있다.
○ 울산시-문화재청의 암각화 보호 안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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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제시한 터널형 물길 변경 방안은 수치 모의실험에서는 배수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실제 배수가 가능한지는 수리모형 실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방과 터널 설치 등으로 주변의 형질이 과다하게 변경돼 실제 추진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울산시는 암각화 위와 아래 200여 m 지점에 제방(높이 22m, 길이 170m)을 쌓아 암각화로 흘러드는 물을 막은 뒤 야산에 원형터널(길이 200m, 지름 10m)을 뚫어 물길을 우회시킬 것을 제시했다.
수자원학회는 “현재 반구대 암각화의 암석을 시험한 결과 최상부 손상도가 4.5, 최하부 손상도가 4.9로 나타났다”며 “보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다음 달 22일 최종 용역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이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과 보존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용역보고회에 참석했던 문화재청 권석주 유형문화재과장은 수자원학회가 제시한 생태제방 축조 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울산지역 대선공약으로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제시한 바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