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초등학교 정문 바로 옆 담벼락에 끼워진 유사 성행위 업소 전단지(왼쪽). 같은 시각 선릉역 5번 출구 앞은 오피스텔 성매매 전단지로 뒤덮여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선릉역 출입구는 반라의 여성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와 전화번호가 찍힌 성매매 전단지로 도배돼 있었다. 선릉역 출입구는 모두 10곳. 동아일보 취재팀이 1번부터 10번 출구까지 성매매 전단지를 직접 세어 보니 출구당 50∼300장씩 총 1500여 장에 달했다.
2번 출구 앞에서 검은 복면을 쓴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 위에 나타났다. 그는 주위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전단지를 한 움큼씩 공중에 뿌린 뒤 사라졌다. 그가 20m가량 이동하며 뿌린 수백 장의 성매매 전단지는 지하철역 주변 인도 위에 가득 쌓였다. 이날 청소 중인 환경미화원은 “전단지가 많이 뿌려질 때면 보도블록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며 “건물 경비원과 상가 주인이 수시로 치우지만 도저히 거리가 깨끗해지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광고 로드중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 사거리 뒷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기업 사무실 주변 오피스텔 등에서 성업 중인 ‘불법 마사지’ 전단지는 밤마다 거리에 가득 쌓였다. 이 지역 주민 조모 씨(43)는 “어른이 봐도 얼굴이 후끈거리는 성매매 전단지가 동네 전체를 더럽히고 있다”라며 “초중학교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 오토바이는 물론 행인으로 위장해 전단지 배포
강남의 선릉역, 강남역, 논현역 일대는 경찰과 구청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왔지만 여전히 성매매 전단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가 “집중 단속으로 성매매 전단지가 많이 줄었다”라고 밝힌 것과 실제 현장은 딴판이었다.
이들 강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성매매 전단지가 뿌려지는 이유는 주변에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 일명 ‘오피방’들은 단기간 오피스텔을 임대해 성매매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오피방은 룸살롱처럼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할 수 없어 인터넷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오프라인’에서는 성매매 전단지로 손님을 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술에 취한 남성은 거리에 떨어진 야한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를 보고 성적인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라며 “간판 없이 영업하는 오피스텔 성매매 업체는 전단지가 간판인 셈”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 경찰과 자치구, ‘성매매 전단지와의 전쟁’ 선언
경찰은 지난달 14일부터 강남구청과 함께 강남 일대 ‘불법 음란 전단지’ 집중 단속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는 집중 단속 이후 선릉역 논현역 강남역 주변에 전단지를 뿌리고 오피스텔 성매매를 해 온 4개 업소를 단속했다. 업주, 성매매 여성, 배포자 등 18명을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단속된 오피스텔 업소에서 나온 전단지 28만여 장도 압수했다. 강남구도 직원 150명을 동원해 ‘불법 선정성 전단지 철폐 합동단속반’을 꾸렸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의 경우 성매매 전단지를 인쇄하는 업체를 집중 단속해 효과를 거뒀다. 인쇄업체들은 사회적인 비판이 잇따르자 성매매 전단지를 제작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 [채널A 영상] 도심 파고든 변종 성매매…“점심시간이 더 바빠”
광고 로드중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