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 무용공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연습현장
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지하연습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안은미 씨(빨간 웃옷)와 안 씨가 안무할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출연 지원자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춤추는 건 겹겹의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가능한 일일까.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40∼60대 아저씨들에게 춤은 무엇일까. 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지하연습실에 아저씨 6명이 모였다. 안무가 안은미 씨의 무용 공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오디션에 지원한 이들이다.
명목은 오디션이지만 안 씨는 애초부터 지원자 모두를 무대에 세울 계획이었다. 한국의 아저씨들이 선뜻 춤을 추겠다고 나설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디션이라도 보겠다는 적극적인 아저씨들을 모아 볼 심산이었다. 19일 1차 오디션에 참가한 9명과 이날 6명 지원자에, 안 씨가 다니는 은행의 과장, 동네 슈퍼마켓 주인 등 친분 있는 이들을 꾀었다. 소방관, 택시기사, 회사원 등 평범한 아저씨들이다.
“‘막춤 추려는 거면 노 생큐’라고 하셨는데, 지금 순간을 살아가는 분들이 어떻게 춤을 추고, 이것이 어떻게 계승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음치는 있어도 몸치는 없습니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안 씨는 2011년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서 할머니들의 몸짓을, 2012년 ‘사심 없는 땐스’를 통해 10대들의 몸짓을 탐구해 공연으로 발전시켰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는 이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대에는 아저씨 하면 빠질 수 없는 ‘소주’를 상징하는 물을 뿌려 철벅거리게 만들 계획이다.
안 씨의 확신에 찬 한마디 한마디는 아저씨들의 긴장한 표정을 기대감으로 바꿔 놓았다. “무대에 서면 인간이 달라집니다. 숨어 있는 유전인자가 여러분을 도울 거거든요. 제멋대로 춤출 수 있는 짧은 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춤을 통해 숨겨둔 매력, 분노, 울분을 다 펼쳐 놓으시길 바랍니다.”
아저씨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3월 1∼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만∼3만 원.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