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 개봉 한달여만에 수익 3억 달러 돌파
개봉 첫 달 역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평가된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 발장(오른쪽)이 죽음을 앞두고 팡틴의 영혼으로부터 용서의 키스를 받는 장면. 180여 년 전 혁명기 프랑스인의 비참한 인생 이야기가 힘든 현실에 찌든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사진 출처 할리우드리포터
다음 달 24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도 흥행 기록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품 남우주연 여우조연 주제가 등 8개 부문의 유력한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전초전인 13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휩쓸어 분위기를 탔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13개국의 관객 반응이 두루 뜨거운 데다 조만간 이탈리아 브라질 등 31개국에서 확대 개봉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뮤지컬영화의 ‘혁명적 반란’이 박스오피스에서의 역사적 승리를 꿈꾸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극장가를 뛰어넘어 문화시장 전반의 ‘레미제라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7일 누적 관객 수 563만 명, 매출 406억 원으로 한 달 만에 이미 역대 국내 개봉 외화 중 흥행 9위로 올라섰다. ‘미션 임파서블 3’ ‘쿵푸 팬더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을 밀어냈다. 1위 ‘아바타’(1248억 원)까지는 어렵더라도 무난히 5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 ‘트랜스포머’(477억 원·6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 단가가 2배 가까이 비싼 3차원(3D) 영화가 아닌 점, 긴 러닝타임(2시간 38분)의 생소한 뮤지컬영화라는 제약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음사와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나란히 5권 전집으로 발간한 원작소설은 총 17만 부 이상 팔렸다. 민음사 측은 “2006년에 두 달 동안 8만 부가량 팔린 ‘오만과 편견’의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깼다”고 밝혔다. 2월 부산 센텀시티에서 막을 올리는 원작 뮤지컬도 영화 흥행에 시너지 효과를 더할 요인이다.
시종 노래로만 엮어 얼핏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영화가 사회적 문화 현상으로까지 확산된 요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실험적 제작 방식에 혼신을 바쳐 도전한 배우들의 열연이다. 톰 후퍼 감독은 촬영 후 노래를 더빙한 기존 뮤지컬영화와 달리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라이브’ 노래를 요구했다. 배우의 얼굴에 소형 마이크를 붙이고 현장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담아 생동감을 극대화한 것. 마이크는 촬영 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일일이 지워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151년 전 출간된 원작을 세련된 스타일로 다듬어내 암울한 현실에 짓눌린 현대인의 가슴을 뒤흔든 연출력도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