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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동아일보 컬처]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외롭고 지친 바로 나의 모습… 드가 ‘압생트 한 잔’ 들여다보기

입력 | 2013-01-25 11:23:43


▲ 드가 ‘압생트 한 잔’ (1876년, 캔버스에 유채, 92×68.5㎝, 오르세미술관)


어떤 마음으로 저러고 앉아 있는지 깊은 공감이 되는 그림입니다. 멀리서 찾을 거 있나요? 남을 의식하지 않은 채 맥 놓고 축 처진 우리들 모습이니까요. 사는데 지쳐서 외롭고 허무한 그림 속 인물들. 이유야 다르겠지만, 술 한 잔 앞에 두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이 낯설지 않습니다.
드가 작품은 발레리나 그림에서 보듯,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주인공을 두는 독창적인 구도로 눈길을 끕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네요. 앞의 비어있는 공간 때문에 서로 딴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더더욱 눈길이 갑니다. 마치 순간을 담아낸 스냅사진 같죠?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카페에 앉아있다 우연히 드가의 눈에 띄었을까요? 실은 카페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드가가 연출해서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여자는 드가의 모델이었던 엘렌 앙드레, 남자는 화가 마르셀랭 데부탱으로, 연출된 배경인 이 카페는 파리의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누벨 아테네’입니다.
이 그림이 세상에 선보였을 때, 압생트(프랑스가 주산지인 독한 술)를 앞에 놓고 있는 여자와 알콜 중독자로 보이는 남자가 그림의 소재로 적합한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알콜 도수 50도가 넘는 압생트는 환각작용 때문에 19세기 말 예술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고, 로트렉이나 고흐는 압생트 중독으로 인한 발작을 겪기도 했습니다.


술 한 잔 앞에 두고 넋 놓고 앉아 있기
사람들 모습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묘사한 드가는 이 그림에서 술 한 잔 앞에 두고 지친 마음을 달래는 소시민의 소외감과 우울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숨기며 일하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사람들. 오늘도 이런 감정의 억누름 속에 하루가 갑니다. 즐거운 척, 괜찮은 척, 좋은 척, 긍정적인 척. 가끔은 ‘척’에 옥죄이는 내 모습 말고, 넋 놓고 기운 빠진 내 모습도 그냥 바라보자고요.
‘내 얘기를 좀 들어줬으면, 내 맘을 좀 알아줬으면….’ 하고 하소연 하는 상대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이어도 때로는 위안이 되니까요. 잠깐 멈추어 서서 지금의 나를 지긋이 한 번 어루만지기.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치유법이 아닐까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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