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빠르다’라는 말 뜻 운동하면서 익혀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알파인스키 부문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자폐성 장애 1급 김민규 군은 평소 스키 외에도 수영과 탁구를 하면서 언어 구사력과 사고력을 키웠다(왼쪽). 서울 강남구 신경혜 소아청소년발달연구소에서 신 소장(오른쪽 사진의 왼쪽)과 김 군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신경혜 소아청소년발달연구소 제공
김 군에게 처음 자폐성 장애가 발견된 건 아기 때였다. 엄마가 이름을 불러도 김 군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눈도 게슴츠레했다. 계속 징징대기만 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 군이 “엄마”라는 말을 처음 한 건 5세 때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엄마’를 “어우아”라고 발음했다. 글자를 배우면서 정확하게 발음하는 법을 동시에 익혀 나갔다.
말을 배우더라도 뜻을 익히는 건 쉽지 않았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하면서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는 식이었다. 이럴 땐 운동을 하면서 빠르다는 말의 뜻을 배웠다. 유아 때부터 수영 탁구 스키를 배우면서 언어능력과 사고력을 함께 키웠다. 이제 김 군은 스키 수영 탁구 수상스키도 수준급이다. 평소엔 하루 2시간씩 수영을 하고 일 년에 4, 5차례 장애인 생활체육대회에 나간다. 모두 꾸준한 훈련 덕이다.
대다수 자폐성 장애 아동들과는 달리 김 군은 손을 파닥거리거나 머리를 빙빙 돌리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지적장애가 있는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적장애 아동들을 키우면서 김 군처럼 이상행동을 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군을 10여 년간 가르친 신경혜 소아청소년발달연구소장(59·여)은 “지적장애 아동들에게 운동은 인지능력을 길러 주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운동을 잘하는 지적장애 아동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이상행동을 하는 버릇이 있다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아이가 특이한 행동을 한다면 흥미를 느낄 만한 물건을 쥐여 주거나 생활에 필요한 행동을 가르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머리를 쥐어뜯는 습관이 있다면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장난감을 갖고 놀라고 손에 쥐여 주거나 머리에 핀을 꽂고 놀도록 안내해 주는 식이다. 많은 지적장애 아동들은 자신이 뒤처진다는 걸 인식하면 불안해하거나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상행동도 이런 감정에서 비롯된다.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이런 까닭에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아이가 좌절감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부모가 애정과 관심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가 일관적인 태도로 아동을 양육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같은 행동에 대해 부모 중 한 명은 호통을 치고 다른 한 명은 감싸 주면 아이들은 혼동이 돼 판단력을 기르기 어렵다. 정 교수는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되 일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적장애 아동은 크면 클수록 앉아 있는 습관을 더욱 많이 길러줘야 한다. 운동에만 초점을 두고 교육하면 아이가 성인이 된 뒤 직업훈련을 시킬 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운동을 할 땐 하더라도 차분하게 앉아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습관을 많이 길러줘야 한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필수적이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은 다른 행동장애를 보이거나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다른 질환을 함께 앓는다면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