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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박정훈]올케 서향희의 마세라티

입력 | 2013-01-24 03:00:00


박정훈 사회부 차장

박근혜 당선인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39)의 대학 시절 별명은 ‘빨간 미니스커트’였다. 고려대 법학과 93학번 동기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자신을 드러내는 걸 즐기는 여성으로 그를 기억했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한 동기생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동문 법조인 모임에 나와 노래를 부를 정도로 대담했다”고 전했다.

졸업 후 사법시험(41회)에 합격했지만 연수원 성적은 상위권이 아니었다.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부동산 업무를 할 때만 해도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SBS ‘솔로몬의 선택’ 출연을 계기로 얼굴을 알렸고, 성공에 대한 열정으로 인맥도 넓혀갔다.

강남에서 바(bar)를 운영하는 N 씨(54)로부터 박지만 EG 회장(55)을 소개받은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박지만은 청와대에서 살았던 진짜 ‘백마 탄 왕자’였다. 열여섯살 차이였지만 두 사람 관계는 빠르게 진전됐다. 6번의 마약 사건 후유증으로 움츠려 있던 박지만도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 3개월 만인 2004년 12월 결혼해 청담동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고려대 동문 선배인 한 검사는 “서 변호사가 보통 사람과 결혼했다면 몰라도, 놀랄 뉴스는 아니었다”고 했다.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여주인공처럼 결혼을 ‘상류층 관문’으로 봤을 수 있다는 거였다.

서향희는 결혼 9개월 만에 세현이를 낳았다. 대를 잇는 아들이었다. 박 당선인은 “가문에 귀한 아이가 태어나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올케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했다. 박 당선인의 유별난 조카 사랑은 서향희의 입지를 키웠다.

폭넓은 행보도 이 무렵 시작됐다. 전관도 아닌 여변호사가 서른여섯에 10여 개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을 꿰찼다. “박근혜 후광이 있었다”고 비판한 건 야당만이 아니었다.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서 구명 로비를 도왔다는 의혹도 나왔다. 사실로 드러난 건 없지만, 박 당선인은 “본인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감쌌다. 평소 그의 화법과는 달랐다. 제부(弟夫) 신동욱(46)을 고소해 감옥에 보낸 것과도 대조적인 대응이었다.

2011년 법무법인 새빛 대표변호사가 된 서향희는 차부터 바꿨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리스했다. 판매가 2억 원짜리였다. 국내에선 수백 대만 팔린 수제(手製) 명차였다. 은색 보디에 빨간 가죽시트…. 새빛에서 일했던 한 변호사는 “작은 법인에서 너무 비싼 차를 타 말이 많았다”고 했다. 대선 전 처신이 논란이 되자 그는 차와 새빛 대표직을 내놨다.

서향희는 ‘대통령 시누이’ 덕에 본격적으로 권력의 곁불을 쬐게 됐다. 권력 주변엔 파리가 꼬이는 법이다. 파리는 집요하게 권력의 약점을 파고든다. 박 당선인이 “5년간 난 올케가 없다”고 선언해도 서향희에 대한 세간의 구애는 뜨거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형을 어쩌지 못했듯, 박 당선인도 2대 독자를 키우는 올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 어렵다. 서향희의 말 한마디는 재계 법조계 관가에 적지 않은 울림을 낳을 것이다.

서향희는 분명 차기 정부의 중대 리스크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서향희를 빼면 문제 될 사람 많지 않다”고 했다. 남기춘 클린정치위원장은 “(서 변호사가) 그냥 집에 처박혀 있는 게 낫다”고까지 했다.

노회한 칠순의 정치인 이상득 전 의원(78)도 권력의 덫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카를 몰고 권력을 향해 질주해온 30대 변호사에게 남다른 분별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서 변호사가 재임 기간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주민센터만 들락거려도 야당은 ‘만사올통’을 들먹일 것이다. 한순간에 국정 지지율을 반 토막 낼 수 있는 파괴력 있는 말이 만사올통이다. 해외로 나갈 처지가 안 된다면 오늘부터라도 말 한마디, 발 한 걸음을 삼가야 한다. 서향희가 크게만 웃어도 사람들은 “권력에 취했다”고 흉볼 것이다.

▶ [채널A 영상] ‘논란의 싹’ 미리 제거? 소리없이 사라진 朴사람들

박정훈 사회부 차장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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