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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노출 탈북자 협박대상 될수도

입력 | 2013-01-21 03:00:00

■ 탈북 공무원 간첩 혐의 구속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가 간첩 혐의로 구속되면서 탈북자 지원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공안당국은 유 씨가 관리하던 서울 소재 탈북자 명단과 주소가 북한에 넘겨졌을 경우 탈북자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안으로 보고 있다.

유 씨가 관리해 온 탈북자 정보는 1만여 명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2만4000여 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주소 및 신상정보가 노출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우선 위협받게 된다. 북한은 가족을 인질로 삼아 탈북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해 간첩활동을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 가족을 죽인다고 협박하면서 간첩활동을 강요하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 과거 탈북자 간첩사건들도 북한 보위부가 가족을 인질로 삼아 협박한 사례가 대다수다. 지난해 북한으로 재입국한 박인숙 씨와 김광혁 고정남 부부도 가족을 처벌한다는 압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주시하는 몇몇 주요 탈북자는 1997년 이한영 씨 피살사건 같은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탈북자 대다수는 임대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쉽게 이사 갈 처지도 못 된다.

이번 사건으로 말단 계약직공무원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극비 정보를 빼낼 수 있도록 방치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유지를 위해서는 탈북자 정보를 소수의 제한된 공무원만 다루도록 해야 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탈북자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선 지자체 단위의 행정업무가 필요해 정보가 지자체 단위에까지 공유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계약직원에게 맡겨진 탈북자 정보관리 업무를 상위 정규직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씨가 어떤 이유로 간첩활동을 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당국은 “간첩 임무를 위해 위장 탈북했다”는 주변 탈북자들의 참고인 진술로 미뤄 유 씨가 처음부터 위장 탈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탈북 이후 유 씨 가족이 있는 함경북도 보위부에 의해 포섭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유 씨가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기려는 목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에 지원했는지, 공무원이 된 뒤 포섭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유 씨는 서울시에 취직한 뒤 야간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주말에는 ‘영한우리’라는 남북 청년모임을 만들어 탈북 대학생들의 정착을 돕기도 했다.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름을 알린 것도 탈북자 정보 수집에 도움을 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탈북자들의 정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탈북자 간첩사건과 재입북사건은 편견과 불신에 시달리는 탈북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궁지에 몰린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예나·주성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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