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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책]로버트 실러 ‘금융과 좋은 사회’

입력 | 2013-01-21 03:00:00

금융은 惡? 만약 금융이 없었다면 英산업혁명 - 美서부개척도 없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로도 유명한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의 신간을 지난해 접하게 됐다. 금융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던 때여서 금융이 좋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몰고 온 세계경제의 위기 상황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또 그 여파가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금융의 탐욕과 무책임’이 주범으로 지목돼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2009년 취임 초기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금융인의 탐욕을 지적하면서 이를 ‘살찐 고양이(fat cat)’로 비하하기도 했고, 미국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렇다면 과연 금융은 속성상 부도덕한 것인가?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실러 교수는 저서에서 ‘노(No)’라고 외친다.

그는 역사적으로 봐도 영국의 산업혁명은 금융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현실화되지 못했을 것이고 미국의 서부 개척도 금융의 공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정보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었던 것 역시 금융부문이 시장의 리스크를 충분히 흡수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실러 교수는 금융이 분명히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기대한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했던 많은 국가도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국의 금융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금융의 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개념은 아직 완벽하게 확립되지 못한 상태지만 인간적인 금융, 인간의 마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그 시스템에 반영되는 금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행동경제학이 더 정확한 해답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래 금융(finance)의 어원은 라틴어 ‘finis’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 말은 목표(end 또는 goal)를 뜻한다고 한다. 금융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이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특히 금융 전문가의 꿈을 향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금융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함을 기억하길 바라며.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