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엘렌 그리모 피아노독주회… 음악전문가 7인 가상 감상대담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는 늑대 보호에 관한 책을 두 권 쓰고 ‘늑대보호재단’을 설립하기도 한 야생동물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김주영 조은아, 음악 칼럼니스트 노태헌 류태형 박제성 이영진 황장원 씨에게 음반에 대한 간략한 평을 부탁한 뒤 가상 좌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사회=이 음반에는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실었군요.
▽류=앨범 전체가 한 사람의 시인이 엮은 단상집처럼 다가옵니다. 연주에 일관된 ‘문체’가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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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목의 ‘공명’은 ‘질풍노도 한가운데 자리한 서정성’의 공명과 같이 생각됩니다. 태풍까지 일으키지는 못합니다만, 감각적 표현과 사색이 돋보입니다.
▽사회=역순으로 끝에 연주될 버르토크 ‘루마니아 민속 무곡’부터 들여다볼까요.
▽박=소박하면서 명징한 리듬, 세련된 완급 변화와 분절(分節)이 짙은 격정과 감수성을 자아냅니다.
▽이=상쾌하면서 감미롭고도 미묘한 연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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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한 힘보다 날카로운 감각과 즉흥성이 부각되네요. 신들린 무당의 헐떡거리는 신음 소리가 섞여있는 듯합니다.
▽노=베르크의 소나타처럼 극단으로 나아간 연주입니다. 광기어린 다이내믹이 종종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박=최근 이 곡의 음반 가운데 가장 독창적입니다. 고색창연한 중세적 분위기와 스토리를 다큐멘터리처럼 펼쳐내고 있군요.
▽황=다만 힘과 스케일이 얼마간 부족한 점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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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차르트의 ‘질풍노도적’ 감성을 그려낸 작품이죠. 베토벤에 가까운 해석이라는 비판을 들을 위험도 큰 곡입니다.
▽이=옛 시대의 연주 스타일에 익숙해서인지, 유화처럼 덧칠이 많이 들어간 이 연주에 놀랐습니다.
▽노=왼손과 오른손의 교차지점에서 시간차를 두어 음향이 ‘절뚝거리는 듯한’ 환영을 빚어내는 점이 독특하군요.
▽조=왼손이 오른손보다 미세한 차이로 뒤에 등장하곤 하죠. 화성의 배경이 메아리처럼 반사되는 환청 효과를 자아내고 있어요.
▽사회=공연장에서도 이 음반에서 받은 인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음반을 구성한 감각이 탁월합니다. 베르크의 촘촘한 구성이 리스트의 복합적 구조와 연관되고, 고전파적 판타지인 모차르트가 버르토크의 무곡에서 언어적 메시지로 변화하죠. 이런 유기적 구조가 미래의 음악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연주회장에서도 동일하겠죠.
▽박=한층 원숙해진 그리모의 균형감과 중심 잡힌 표현력을 볼 수 있고 극적인 효과도 커진 음반입니다. 이대로라면 꽤 가치 높은 음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그리모의 연주는 사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같은 큰 공간보다 더 아담하고 내밀한 공간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여러분이 알려주신 정보 전문을 싣지 못했고, 전문 용어 일부를 쉬운 말로 풀어낸 점 양해바랍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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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0만원. 02-751-9606∼10
유윤종 선임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