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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폭탄세일에 他출판사 “우린 어쩌라고”

입력 | 2013-01-16 03:00:00


민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계문학전집 300권 세트 광고 내용. ‘반값 할인’에 사은품들을 준다고 돼 있다. 민음사 홈페이지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 시장에서 그렇게 할인 공세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후발주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 아닙니까.”

한 출판사 대표의 푸념이다. 민음사가 지난해 11월 30일과 12월 16일 두 차례 GS홈쇼핑을 통해 실행한 ‘반값 할인’이 발단이 됐다. 민음사는 당시 세계문학전집 300권을 정가(297만5500원)의 50.4%인 149만9000원에 내놨다. 여기에 예스24 e북 리더기 ‘크레마 단말기’(12만9000원)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전자책 베스트 20권(14만 원)까지 사은품으로 끼워 넣었다. 사은품을 감안하면 반값도 안 되는 파격 할인이다. 주문자들이 몰려 준비해두었던 600세트가 방송 종료 5∼10분 전 모두 팔렸다. 민음사는 이달 중 추가 방송 판매를 고려 중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출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1998년 8월부터 세계문학전집을 내기 시작해 307권까지 펴낸 이 바닥 ‘강자’인 민음사의 물량 공세는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세계문학전집을 펴내는 한 출판사 국장은 “우리도 홈쇼핑과 방송 판매를 논의했지만 50% 할인, 사은품에 방송수수료까지 감안하니 순수한 책 제작비마저 나오기 힘들어서 접었다. 그 정도(민음사의 상품 구성)면 팔면 팔수록 손해 본다”고 말했다.

민음사는 정말 ‘손해’ 보며 파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다. 세계문학전집을 구성하는 책 가운데 잘 팔리는 것은 극소수이다. 민음사의 ‘레미제라블’(301∼305호)은 총 10만 부 넘게 팔렸는데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전집으로 한꺼번에 팔면 재고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또 전집 판매는 연속성이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색감이 통일된 책들로 서가를 꾸미기 위해 전집의 경우 원래 있던 책과 동일한 출판사의 책을 이어서 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끼워 팔기’ 규정이 없어서 민음사의 판매 형태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위원장 윤철호)는 지난해 12월 “구간과 신간(발간 후 18개월 이내) 할인율을 별도 공지하라는 (센터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민음사에 구두로 시정을 요구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