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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그윽한 재즈 선율에 사랑은 깊어가고…

입력 | 2013-01-12 03:00:00

⊙ Saturday Music Salon 영화 ‘치코와 리타’ OST



가끔은 경쾌하게, 가끔은 진하게.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는 OST 수록곡만 30곡에 달해 마치 뮤지컬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사 찬란 제공


나체의 여인은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누런 강아지가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옆방으로 향한다. 강아지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쿠바 청년 ‘치코’를 향해 꼬리를 흔든다. 그가 강아지에게 말한다. “안녕, 릴리. 마음에 드니?”

청년은 피아노 위에 놓인 악보에 연필을 가져가 ‘리타(Rita)’라고 쓰인 제목에 두 줄을 긋고 ‘릴리(Lily)’라고 바꿔 적는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이 아닌, 오래전부터 자신이 사랑해온 여인 ‘리타’를 위해 쓴 노래의 제목은 그렇게 바뀌었다.

노래는 곧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라디오 전파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전역에 울려 퍼진다. ‘난 꿈을 꾸지, 어제처럼 당신을 사랑하는 꿈….’ 노래의 주인공, 리타는 성공한 가수다.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다. 노래가 끝나고, DJ의 멘트가 이어진다. “노래 제목을 기억하세요. ‘릴리.’ 작곡가는 이 곡을 쓰면서 누구를 생각했을까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수 없는 리타의 슬픈 표정이 이어진다.

이것은 스페인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2010년)의 한 장면이다. 1948년 쿠바 아바나의 한 재즈 클럽에서 만난 피아노 연주자 치코와 가수 리타의 엇갈리는 사랑을 다뤘다. 영화는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의 실화를 각색한 것이다. 그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사실 ‘릴리’의 피아노 연주도 그의 솜씨다. 노래는 재즈 뮤지션 냇 킹 콜의 동생인 프레디 콜이 불렀다. 에스텔라 모렌테가 부른 버전도 있다. 낮고 깊은 재즈 음색은 노래에 담긴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리타의 노래는 이다니아 발데스가 불렀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