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시내를 관통하는 몰다우(블타바) 강. 스메타나는 이 강의 유유한 흐름에서 영감을 얻어 교향시 ‘몰다우 강’을 작곡했다. 동아일보DB
①이스라엘 국가 ‘하티크바’. ②스메타나의 교향시 ‘몰다우 강’ 주선율. ③17세기 전 유럽에서 유행한 노래 ‘푸지 푸지(도망쳐 도망쳐)’. ④모차르트 ‘작은 별(어머니께 말씀해 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중 제8변주. 네 선율 모두(‘몰다우 강’은 못갖춘마디인 첫음 제외) 단조의 주음인 계이름 ‘라’에서 시작해 6도 위까지 한 음씩 올라가다 다시 주음으로 내려온다.
더욱 흥미를 자아낸 것은 하티크바의 선율이었습니다. 비장하면서도 다른 나라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이 선율을 여러 청중이 낯설게 느꼈습니다. 몇몇 청중은 “가요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예전 ‘바블껌’이라는 듀오가 부른 ‘비야 비야’라는 가요와도 닮았습니다.
동아일보 편집국 뉴스룸은 국장·부장단 회의를 시작할 때마다 동요 ‘반짝 반짝 작은 별’ 선율로 이를 알립니다. 어느 날 무심코 이 선율을 듣다가 ‘어, 이것도 ‘푸지 푸지’와 비슷하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을 주제로 한 모차르트의 ‘어머니께 말씀해 드리죠’ 변주곡 여덟 번째 변주는 이 주제를 단조로 옮긴 것입니다. 생각난 김에 CD를 찾아 들어 보았습니다. 기억한 대로 이 변주 역시 이스라엘 국가와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한 가지 더 귀띔해 드릴까요. KBS교향악단은 다음 달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라하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레오스 스바로프스키 지휘로 ‘체코 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의 대표작인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전 6곡을 연주합니다. 여섯 곡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이 두 번째 곡 ‘몰다우 강’이죠. 이 곡에서 강물이 굽이치는 듯한 주선율을 기억하십니까. 이 선율 역시 ‘푸지 푸지’에서 온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대표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바 있습니다. 우월한 유전자(gene)가 많은 자손을 남기듯, 우월한 의미(meaning)의 낱낱의 단위인 ‘밈’은 복제되고 전파되며 오랜 기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적용해 본다면 17세기 출현한 ‘푸지 푸지’의 밈은 오늘날까지 복제되고 전파되며 수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 선율은 이후 장조로 모습을 바꾸어 ‘작은 별’ 노래가 되면서 영미권 어린이들이 알파벳을 배울 때마다 익혀야 하는, 한층 더 강력한 밈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Fuggi Fuggi’ ‘Israeli national anthem’ ‘Moldau’ ‘Mozart Variations’ 등으로 검색하면 관련된 선율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기억하세요. 저작권이 확보된 음원으로 감상하시고, 마음에 드는 곡은 꼭 음원이나 음반을 구입하시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