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부총장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물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푸대접을 받고 있다. ‘물 쓰듯 쓴다’라고 하면 금쪽같이 아껴서 쓴다가 아니라 낭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인지 물관리도 별로 효율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수량은 국토해양부가 관리하고, 수질관리는 환경부에서 맡는다. 수질관리는 수량관리와 분리해 수행하기 어렵다. 또 공업용수는 국토해양부가 관장하나 생활용수는 지방상수도와 광역상수도로 나뉘어 있다. 지방상수도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맡고, 광역상수도는 국토해양부 관할이다.
일각에서는 오염물질이 강이나 댐으로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면 수질은 관리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수량관리를 도외시하고 철저하게 오염물질을 차단하자면 지금보다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또한 수변지역 식당은 물론 숙박업, 위락시설 등 수많은 오염물질 배출업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장되어 왔으며, 지난 참여정부 때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후로도 물관리 일원화는 정부차원에서도 주기적으로 논의됐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물은 늘 우리 곁에 있어왔기에 새 정부의 정책구상에서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막상 부족하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물은 무상보육, 무상급식 이전의 필수적인 국민복지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국가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국민의 복지를 위하여 절실하게 필요한 것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물의 효율적인 관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는 더욱이 4대강 사업을 완료해 저수량이 대폭 증가됐다. 지난여름같이 일부지역의 녹조현상으로 수질관리가 4대강 사업의 최종 성패를 가름할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친환경적인 물관리 일원화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최승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부총장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