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도 안걸린 인수위원 발표…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퇴장당선인 ‘입’도 설명 못하면 국민은 누구에게 말 듣나기자실 3배 늘린 것으로 소통이 끝난 것은 아닌데…
홍수영 정치부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A4용지 2장에 적힌 9개 분과의 간사와 위원,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의 이름을 죽 읽었다. 1차 발표 당시 논란이 된 밀봉 봉투에서 꺼내진 않았지만 회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보통 10∼20분 전 미리 명단을 배포하는 ‘배려’는 없었다.
130석 규모의 브리핑룸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고는 인선 배경과 취지를 묻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배석했던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 윤창중 대변인은 빠르게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대변인실 실무자들이 회견 전 “질의응답 시간에 마이크를 사용해 달라”라며 기자석 사이사이 마이크를 놓아 둔 게 무색해졌다.
광고 로드중
3시간여 뒤 윤 대변인이 일정을 공지하려고 다시 브리핑룸을 찾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인선 배경을 묻자 “12월 27일 발표 때 인수위원 구성에 관한 박 당선인의 의중이 설명됐다”라며 일축했다. ‘전화 불통’에 항의하는 기자에겐 “제가 김밥 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인수위원의 한 줄 직함 이외에 프로필도 끝내 제공하지 않았다.
결정되지 않은 말들이 여기저기 떠도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박 당선인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대변인 누구도 결정된 사안에서까지 어느 것 하나 소상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윤 대변인은 ‘막말 칼럼’ 논란으로 사실상 역할이 위축됐고, 조 대변인은 당선인의 수행에 바쁘다. 공식적인 말도 몇 마디 없는데 박 대변인은 “가감하거나 해석을 붙이지 말고 그대로 써 달라”라고 해 언론의 기능을 막으려 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사무실 공간을 배치하며 취재 공간을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때보다 3배가량 늘렸다. ‘소통’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실을 늘린다고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당선인의 ‘입’이 닫히면 국민은 책임 있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대변인조차 박 당선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 수 있다. 결정 내용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상황을 충분히 알릴 때 불필요한 해석이나 오보도 나오지 않는다는 소통의 기본 원칙을 당선인 측이 혹여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