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 발전예산 2001억 원 확보 쾌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든 가운데 정부안보다 746억 원 증액.”(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보도자료)
2013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경쟁적으로 올랐다. 해당 의원의 지역구 예산 확보 성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돌리려는 보좌진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이른바 ‘쪽지 예산’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쇄신국회’를 표방한 19대 국회에서도 ‘무조건 지역 예산을 따내고 보자’는 고질병은 대물림됐다. 새해 예산에 국회에서 증액한 ‘쪽지 예산’은 5574억 원으로 추정된다. 본회의로 예산안이 넘어오기 직전까지도 끼워 넣기 경쟁이 극성이다. 예산결산특위에서 밀어 넣어 상임위에 역방향의 동의를 구하고, 일반회계에 넣지 못해 특정 분야의 사업을 위한 기금을 돌려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일도 잦다.
뜬금없는 사업 예산을 배정받은 정부도 난감해한다. 국회예산정책처 ‘2011년 회계연도 결산 중점 분석’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국회에서 증액한 지역 SOC 예산(1392억8000만 원)의 82.9%를 이·전용 및 조정을 통해 다른 사업에 썼다. 국도나 산업단지 진입도로를 신규로 건설하겠다고 끼워 넣었지만 기존 사업을 완공하는 게 더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원들이 지역구의 숙원사업을 풀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혼자 뒷짐만 지고 있다간 지역구민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바보’가 될 수 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예산은 ‘전리품’이 아니다. 국가 안보, 성장잠재력 등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누더기 예산’을 만들어놓고선 너나 할 것 없이 뿌듯해하며 자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쓰린 속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