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름밤의 수줍은 고백이 남아있다
임세화 씨
서른 살이 되는 순간을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도 있었다. 어쩐지 서른 살이란 내게 어른의 나이처럼 느껴졌다. 그땐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스물 언저리의 시간들이 내겐 너무 어렵고 버거웠다. 빨리 그 시간들을 건너뛰고만 싶었다.
사실은 지난 몇 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작년과 재작년, 올해의 기억들을 바르게 구분해내지 못한다. 그 시간들은 괄호 안에 뭉뚱그려진 채 생략되었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고, 글을 쓰지도 못했고,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도 어려웠다. 이상한 사춘기였다.
때로는 지키지 못한 약속들에 대해 생각한다. 돌아보면 거짓말이 되어 있어서 죄스러운 일이 많다. 긴 시간 동안 이상한 제자를 돌봐주시고 늘 토닥여주신 박광현 선생님께, 이제 정말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드리고 싶다. 선생님이 내게 펼쳐 보여주셨던, 그 환한 꿈같았던 기쁨의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소설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던, 스무 살 여름밤의 수줍은 고백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 아마도 첫사랑 같은 것이었다고 말해도 될까. 그 처음으로 향했던 거칠고 서투른 고백을 보듬어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1984년 대전 출생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