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에는 이경숙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말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어륀지’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인수위가 “위원회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났고, 그 뒤로 외래어 표기법이 바뀐 것도 아니니 그냥 설화(舌禍)로 마무리됐다. 그즈음 새우깡에서 쥐 머리가 나오는 식품위생 사고가 일어나자 “인수위원장이 ‘어린쥐’ 타령을 하니까 진짜 ‘어린 쥐’가 나타났나 보다”라는 비아냥거림이 생겼다.
▷이 위원장으로서는 영어 단어 발음 한번 했다가 너무 호되게 당하는 것 같은 억울함이 있겠지만 뒤집어 보면 점령군 흉내를 내는 사람들과 설익은 정책 구상이 빚은 해프닝이다. 몇 달 뒤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사태의 싹이 이때부터 크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 인수위에 이래저래 가담했던 사람들이 ‘최다 표차 당선’이라는 대선 결과를 뭘 해도 좋다는 백지위임장으로 착각하고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민심의 반감을 키웠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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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