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행복해지기/신달자 외 지음/260쪽·1만3000원·북오션
잠시 머뭇거렸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내년은 행복할까요?”
바쁘게 달려온 한 해의 끝자락에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어떨까.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사람도 연말이면 이렇게 되짚어 보게 된다. ‘내가 잘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행복한가.’
소설가 김별아가 전하는 행복은 한 마리 백로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작가의 동생은 천변을 달리다 백로 한 마리를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다가가자 백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날아간다. 다시 쫓아가면 다시 도망가는 반복 끝에 동생은 수십 마리의 백로가 모인 곳에 닿는다.
장관을 봤으니 기뻤다고? 아니다. 당황했고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토록 쫓던 백로가 한 마리였을 때는 유일하고 소중한 가치였지만, 수많은 다른 ‘가치’들이 등장하는 순간 이내 종전의 빛을 잃어버렸기 때문. 백로는 우리가 쫓는 행복이다. 다른 사람이 쫓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흰 새 한 마리를 찾아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역경은 때로 행복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인 수필가 방귀희는 장애가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장애가 씻을 수 없는 낙인이지만 장애 때문에 얻은 프리미엄도 많다. 만약 내 인생에서 장애를 빼고 나면 난 그저 아주 평범한 여자였을 것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소설가 이채윤은 한때 섬유공장 사장이었지만 공장이 부도난 뒤 전업 작가로 인생행로를 바꿨다. 그는 사업하는 옛 지인들이 과로사로 쓰러지는 것을 본 뒤 뜻하지 않은 부도가 귀한 ‘선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일상에서 행복 찾기’ ‘자신만의 행복 찾기’ 등 책이 전하는 행복론은 익히 들은 듯하며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정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에는 공통된 정답이 없으며, 자신의 행복을 채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너그럽고 관대하며 긍정적일 것. 그러면 내 행복 점수가 좀 올라가지 않을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