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사회부장
일부 지식인들 진영논리로 진실 외면
하지만 필자는 한동안 여러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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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공 씨 글에 주목한 진짜 이유는 ‘나치 지식인’이라는 단어가 이 시대에도 유효한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나치 시대의 지식인을 떠올릴 때면 “당신이 지금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준엄한 물음이 생각난다. 1942∼45년 유대인 600만 명이 나치 제국의 수용소에서 처형됐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득해지는 숫자다. 하지만 그 시대 독일의 지식인들은 침묵하거나 진실을 외면했다. 150만 명이 학살된 트레블링카 수용소 인근에 살던 주민들은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확실히는 몰랐다고들 한다. 노벨상 수상작가 존 쿠체는 그들이 ‘자의적 무지’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시대에도 많은 이들이 일부러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한 사례가 북한의 처참한 인권 상황이다. 무려 200만 명이 굶주려 죽어갔고 지금도 처형과 고문이 난무하는 수용소에 숱한 사람들이 갇혀 있다. 이를 외면하는 이들은 2차대전 후 지식인들이 그랬듯 훗날 “당시엔 사실이라고 확신할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고 변명할 것이다. 나치 시절의 총칼 대신 지금은 진영논리와 이념의 덫에 눌려 많은 이들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인들이 진영으로 나뉘어 양면의 진실, 명암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쪽만을 본다. 예를 들어 기업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이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룡의 비늘처럼 떨어져 나간 해고자들의 절절한 아픔을 외면한다. 반대 진영에 선 이들은 기업이 처한 무한경쟁의 현실을 도외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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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처참한 인권상황은 ‘모르쇠’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투표한 국민을 ‘독재자에 열광하는 우민’으로 여기는 그런 시각을 가진 이는 좌우 어느 쪽이든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발언들이 일부 계층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취약한 토양과 소외된 영역이 많음을 방증한다. 작가는 세상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하는데 공 씨도 어쩌면 그런 역할을 한 것 같다.
이기홍 사회부장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