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 2012 비임금근로 조사
3억 원짜리 109m² 아파트가 전 재산인 김 씨는 내년까지 무사고 운전경력을 쌓은 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개인택시 면허를 살 계획이다. 김 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아들 때문에 밥벌이를 쉬는 건 꿈도 못 꾼다”며 “개인택시를 해도 월수입 200만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 대출이자나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앞으로 10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1위.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자영업에 나서지만 60세 이상인 사람들의 소비여력은 해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자영업 등을 통해 소득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60대 이상의 실제 ‘소비 능력’은 예전보다 감소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의 3분기(7∼9월) 평균 소비성향은 69.4%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분기(66.7%)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얼마나 소비에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60세 이상의 처분가능소득은 2002년 168만 원에서 올해 236만 원으로 40.5%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액은 같은 기간 136만 원에서 164만 원으로 2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인들의 빈곤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중앙값(수치를 크기 순으로 나열할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값)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인구의 비율.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조사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가구의 빈곤율은 16.5%인 데 비해 60대 이상 빈곤율은 갑절에 가까운 32%, 70대 이상 빈곤율은 54.5%에 달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의 비율이 30%가 채 안 되는 데다 직장 은퇴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 부족한 게 노인 빈곤의 주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