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확 깨우는 마지막 10분의 반전
미하엘 하네케 감독에게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아무르’. 사랑에 대한 통찰이 묵직하다. 티캐스트 제공
우아한 노년을 즐기던, 은퇴한 음악가 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랭티냥)와 안(에마뉘엘 리바). 어느 날 조르주는 삶은 달걀을 먹으며 “소금통이 비었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의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고 대답이 없다. 경동맥이 막혀 수술을 했지만 아내의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안은 입원을 거부하고 조르주의 기약 없는 간호가 시작된다.
영화는 127분 중 대부분을 좁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부부의 사소한 대화를 담아내는 데 할애한다. 수도꼭지에서 새는 물처럼 가끔 찾아오는 딸(이자벨 위페르)과 간호사가 일상의 파문일 뿐이다. 인내심 있는 관객도 이 무료한 서사에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할 수 있지만 마지막 10분은 깨어있기를 바란다. ‘피아니스트’ ‘히든’ ‘늑대의 시간’ 등 파격적이고 잔혹한 작품을 보여줬던 미하엘 하네케 감독다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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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노감독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젊은이의 그것보다 더 애틋하다. 결말의 에피소드는 법과 제도, 그리고 그 어떤 속박도 침범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의 독점적 권리인 사랑에 대한 하네케만의 지독한 역설이다.
각각 ‘남과 여’(1966년), ‘히로시마 내 사랑’(1959년)의 주인공에서 이제는 80대가 된 트랭티냥과 리바의 은발이 중년 관객을 기다린다.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하네케 감독의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