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회식이 많은 요즈음 고기나 회를 안주로 삼아 실컷 먹고 마시고 나니 속이 영 더부룩합니다. 아침의 고통과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저녁의 술자리보다 맑은 정신으로 아침에 부드러운 팥죽을 먹는 일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장유(張維·1587∼1638)의 시는 이런 뜻을 말하였습니다. 그래도 혹 전날 과음하셨다면 해장용으로 팥죽을 권합니다. 장유는 이 시의 첫째 수에서 “서리 내린 아침에 꿀을 탄 팥죽 한 사발에, 위가 다습게 풀어지고 몸이 절로 편안해지네(霜朝一완調崖蜜 煖胃和中體自安)”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고려 말의 문인 이색(李穡)도 팥죽을 좋아하여 “동짓날 시골이라 팥죽을 뻑뻑하게 쑤어다가, 푸른 사발 가득 담으니 붉은 빛이 허공에 어리네. 달싹하게 꿀을 타서 목구멍을 흘려 넣으면, 나쁜 기운 다 씻어내고 배 속까지 윤이 난다네(冬至鄕風豆粥濃 盈盈翠鉢色浮空 調來崖蜜流喉吻 洗盡陰邪潤腹中)”라고 한 바 있기에, 속이 더부룩한 분을 위하여 팥죽 한 사발을 권합니다.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