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안내서 ‘만화책365’ 집필도서선정위원 3인 좌담회
“만화에 대한 편견을 넘어선, 유익하고 예술로서 감수성이 풍부한 만화를 아이들에게 읽힙시다.” 하루에 한 권씩 다양한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고를 넓힐 수 있는 만화책 안내서를 펴낸 공동 저자들이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가,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신정화 서울 삼광초 교사.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년 365일 하루에 한 권씩 좋은 만화책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교육 현장의 사서, 교사, 독서지도 활동가 54인이 뭉쳤다. 학교도서관저널이 최근 펴낸 ‘만화책 365’(사진)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만화책 안내서다. 학습만화는 빼고 훈계조의 설명도 피했다. 책을 펼치면 가족, 일상, 연애, 스포츠, 무협·액션, 사회·현실 등 17개 장르별 편집과 원색의 그림, 꼼꼼한 서평들이 눈길을 끈다. 만화평론가들의 만화 지도법도 책의 무게감을 더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도서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3명의 저자를 만났다.
―어떻게 책을 펴내게 됐나.
―학부모들로서는 아이들에게 만화를 읽히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는데….
△신정화(51·서울 삼광초 사서 교사)=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에서 만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 도서관에 둬도 될 만화책 목록을 작업 중입니다’라고 말하니 의외로 반색하는 눈치였다. 학습 효과보다 만화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같은 반응이었다.
△왕=초등학교엔 학습만화가 보편화돼 있다. 고등학교에도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런 만화를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재미가 목적이기보다는 학습의 보조수단으로 만화를 권유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다.
―교육 일선에 있는 분들이 학습만화를 배제했다는 것이 독특하다.
△신=서점에서 만화 서가를 둘러봤는데 학습만화 일색인 걸 보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릴 적에 낄낄거리고 웃거나 펑펑 울면서 만화를 보았다.
△왕=프로젝트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무엇보다 목적성을 둔 책읽기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만화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책 목록을 골라보려고 했다.
―실제 만화로 학습을 지도한 경험이 있나.
△김=3년 전 한창 ‘다윈 탄생 200주년’으로 들썩일 때 ‘비글호에서 탄생한 종의 기원’(서해문집)을 갖고 2개월간 한 주에 한 번씩 지도했다. 아이들이 다윈에 관심을 갖고 아는 척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으쓱해하더라. 같이 공부했던 중학생들은 어려운 교양서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됐다.
△신=정치 경제 분야 책은 아이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만화로 이 분야를 접하면 세상이나 사회에 대해 더 쉽게 알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앞으로 어떤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나.
△김=만화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인 동시에 부담 없는 소통의 도구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즐기면서 동시에 자신의 관심사를 펼쳐 나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신=만화를 무조건 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무 지침 없이 보게 하는 것도 문제다. 밝고 열린 환경에서 아이들이 만화를 읽고 올바른 사고를 키웠으면 좋겠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