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음악감상실 ‘베토벤’ 21일 작은 음악회
1982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부근에서 문을 연 뒤 30년 동안 광주 시민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 클래식 음악감상실 ‘베토벤’. “시민들의 영원한 음악쉼터로 남고 싶다”는 주인 이정옥 씨가 낡은 LP판을 꺼내 보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금향빌딩 6층 클래식 음악감상실 ‘베토벤’. 주인 이정옥 씨(57·여)는 며칠 전 손님들에게 음악회에 초대하는 이 같은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베토벤은 올해로 문을 연 지 꼭 30년이 됐다. 한때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베토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마룻바닥, 낡은 LP와 턴테이블, 많은 이들이 앉아서 쉬어갔을 원목탁자와 의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무등산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는 베토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다. 소설가 윤대녕은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문학동네)에서 ‘베토벤’에서 바라본 무등산과 이곳에서 들은 크라이슬러의 음악을 이야기했다.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역시 베토벤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4년 전 이 씨는 갑자기 오른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했다. 그때 다시 감상실을 일으킨 건 이곳에서 음악으로 위안을 받았던 단골손님들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베토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많은 이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았다. 그리고 음악감상모임, 철학강좌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간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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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와 함께 베토벤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클래식 마니아 안철 씨(63)다. 금호고 교사 시절부터 베토벤에서 다양한 음악감상회를 진행했던 그는 명예퇴직 후에는 아예 클래식 전도사로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빈 신년음악회로 시작하는 ‘영상음악감상회’(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반), 다양한 고전영화를 함께 보는 ‘목요영화감상회’(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오페라·발레 감상회’(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반)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 씨는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낡고 불편한데도 여전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라고 말씀해주는 분이 많아 힘이 난다”며 “시민의 영원한 음악쉼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62-222-8410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