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美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한미, 평양과 접근 단맛일까 쓴맛일까
진보적인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대화 정책으로 회귀할 것을 옹호하고 있다. 반면에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건부 접근법에 대한 변화를 권고하고 있다.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와 개혁을 가시적으로 추구하면 광범위한 경제적, 인도주의적 지원을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대통령의 정책은 전임 두 대통령의 정책보다 좀더 실용적이고 덜 이념적인 접근법이다. 하지만 진보파들은 지나친 강경 노선이라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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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는 북한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 실패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탄력적인 태도를 맹세하고 있다. 지금은 강력한 한미관계에 잠재적인 긴장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정도는 부분적으로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차기 대통령의 평양에 대한 접근 방법과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새로운 정책이 미국에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열정적이고 순진한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맹세하고 있어 미국에는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이 대통령보다는 워싱턴에서 독립해 보일 필요가 있지만 한미관계는 보다 원활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끊임없이 상호 군사, 정치, 경제관계를 역사상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관계가 뒤틀리면 두 나라의 국가 이익에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日 도쿄대 교수 “한일, 과거사 뛰어넘어 ‘어깨동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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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승부’라는 점에서는 16대 대선이 떠오른다. 다만 당시는 이념보다 ‘세대 간 대립’이 두드러졌다. 이번 대선도 세대 간 지지도 차이가 뚜렷하지만 양 후보의 연령이 비슷해 16대 때만큼은 아니다.
주요 정책 쟁점에 대한 양 후보의 차이도 찾기 어렵다. 보수 진영의 박 후보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있다. 원래라면 이는 진보 진영이 강조할 쟁점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를 쟁점화해 ‘탈이명박’을 명확히 하면서 문재인 후보와의 사이에 선제적으로 정책 대립의 축을 설정하는 데 성공했다.
올여름 영토 문제로 한일 대립이 격화된 측면도 있어 ‘어느 쪽 당선이 일본에 좋은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하면 상대는 낙담한다. 박 후보는 일본과 인연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로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본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토와 역사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 사회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본다. 특히 박 후보가 당선되면 여성 대통령으로서 군위안부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감안해서라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바탕 아래 ‘일본은 영향력이 없어 무시해도 좋다’는 한국 사회의 시각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일본인이어서가 아니다. 한국도 일본을 이용할 수 없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G2 시대에 양국이 외교의 선택치를 넓히고 한국이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일관계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일본의 총선, 한국의 대선 결과를 절망하지 않고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