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시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맛의 기준은 대단히 사적(私的)인 것이다. ‘맛있는 된장찌개’라고 했을 때 그말 앞에는 ‘내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이란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다. 어찌 우리나라 애주가들의 어머니가 한 분일 수 있겠는가.
음식 맛은 어차피 각각의 취향과 기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술 한잔에는 마시는 이의 개인적 감성과 추억,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여기에 함께 먹는 안주와 음식,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 술을 마시는 상대의 호감이 겹쳐져서 교향악단의 연주처럼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우리네 술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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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맥주 애호가로서 약간의 지식을 덧붙이자면, 다도(茶道)를 즐기는 이들이 차를 우릴 때 상투(上投·탕수를 먼저 붓고 그 위에 차를 넣는 것) 하투(下投·차를 먼저 넣고 탕수를 붓는 것)라 말하듯, 맥주 제조방식은 ‘하면 발효’(라거식), ‘상면 발효’(에일식)의 두 가지로 나뉜다. 맥주 맛이 두텁고 강하다느니 가볍고 깔끔하다느니 하는 차이는 이 제조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처럼 ‘맵고 짠’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라거식 맥주가 대중적 인기를 끄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간과한 채, 대놓고 ‘한국 맥주는 맛없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국산 맥주 애호가들을 문화적으로 깔아뭉개는 것밖에 안 된다. 그 근거 없는 문화적 우월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몇 해 전 해외 출장 때 현지 맥주가 입맛에 맞아 여러 캔을 비웠던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그 나라에선 가장 많이 팔린다는 프리미엄 맥주였는데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엔 국산 맥주의 해외 수출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맥주 양조기술이나 품질력을 문제 삼는 것도 온당해 보이진 않는다.
백 번 양보한다 해도 하필이면 왜 대동강맥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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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시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