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세전이익의 80%인 98억달러, 조세회피지역 버뮤다로 옮겨 세금 안 내EU “가증스럽다” 분노… 각국에 “대책 마련을” 통보
구글이 지난해 수입 가운데 98억 달러(약 10조5500억 원)를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로 옮겨 세계 각국에서 모두 20억 달러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지역 등을 이용한 글로벌 기업의 세금 회피가 갈수록 심해지자 세계 각국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구글 네덜란드 지사가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구글이 세계 각국 해외 자회사의 수입을 버뮤다의 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합법적으로 옮겨 전체 부담 세율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전했다. 버뮤다 등 조세회피지역은 법인세 등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버뮤다로 옮긴 수입액은 지난해 구글 전체 세전 이익의 80%에 이르며 3년 전에 비해 배가 늘었다.
구글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이전가격 조정(Transfer Pricing) 기법을 사용했다. 수입은 조세회피지역에 있는 지사로 옮겨 세금을 내지 않고 비용은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로 옮겨 비용공제를 받는 방법이다. 구글의 아일랜드 지사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온라인 광고 수입을 거둬 이 중 일부를 서류상 버뮤다에 소재하고 있는 또 다른 아일랜드 지사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수입금을 합법적으로 조세회피지역에 빼돌렸다.
광고 로드중
이탈리아는 지난달부터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가 최근 양 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호주 부재무장관은 지난달 구글의 세금 회피전략을 설명하는 공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영국 재무부와 국세청도 스타벅스와 구글이 회피한 세금을 물리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구글의 파리 사무소를 압수수색했던 프랑스 국세청은 올해 구글의 세금을 13억 달러 늘리겠다고 구글에 알렸다.
미국 재무부는 조세회피지역을 이용한 세금회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2009년부터 세제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