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3시간 전력경보… 블랙아웃 위기 일주일째
도심의 ‘전력 경고판’ 초겨울에 찾아온 강추위로 ‘대정전(블랙아웃)’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아침 서울시청 주변에 설치된 전력수급 현황판에 예비전력 수치가 376만 kW로 표시됐다. 이날 오전에는 예비전력이 400만 kW 밑으로 떨어질 때 발령되는 ‘전력경보’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뉴스1
56년 만에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오면서 사상 유례가 없는 ‘초겨울 전력난’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싼 요금에 전기를 펑펑 쓰는 국민들의 습관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전등 하나라도 덜 켜고, 조금 추워도 전열기를 꺼 절전하는 것만이 해법인 상태다.
○ 초겨울 강추위로 ‘전력난’ 현실화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산업체 전력 사용량 의무 감축, 전력 과다 사용 시 과태료 부과 등 주요 대책들은 모두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들어 11일까지 시간당 평균 170만 kW의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데 총 250억 원의 보조금을 썼다. 하지만 여전히 ‘대정전(블랙아웃)’을 눈앞에 둔 채 일기예보만 쳐다보는 실정이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하 10도 안팎에서는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전력 수요가 50만 kW 이상 늘어난다”며 “현재로선 전력 공급을 당장 늘릴 방법이 없어 수요 관리와 절전 캠페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원전 1기만 고장 나도 ‘블랙아웃’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관리센터장은 “겨울철에는 전체 전력수요 중 20% 이상이 난방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추위가 계속되면 전력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력 사용 피크 시기에는 발전기 한두 개만 가동이 중단돼도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 전열기를 쓰는 게 ‘경제적 선택’이 된 것도 겨울 전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겨울 전력 사용량 중 전기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7.8%에서 지난해 25.4%로 늘었다. 소프트뱅크 등 일본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너도나도 한국에 지을 정도로 한국의 전기요금은 싼 편이다.
상황이 심각해도 현재로서는 신고리 원전 3, 4호기 등이 준공되는 2014년 전까지 ‘절전’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당장 발전시설을 늘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에너지 과소비를 방치한 채 전기 공급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