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STEP 1. 지켜보기
이 단계는 그를 잘 이해하기 위한 코스로 그저 따라붙는 모든 호칭이 뭔지 시기별로 잘 살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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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前) 후보’다. 하지만 혼자 군중 앞에 나타나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개혁한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상당수 신문은 ‘전 대선후보’라고 쓰는 중이다. 한 신문은 대선후보로 등록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는지 ‘전 서울대 교수’라고 적는다. 또 다른 신문은 ‘전 후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아예 ‘안철수 씨’라고 쓴다. 2008년 한 신문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씨’를 붙였다가 호된 비판이 나왔지만 이번엔 조용하다. 항상 안갯속인 그의 행보처럼 신문에서 붙인 각양각색 호칭만 놓고 보면 여전히 그의 미래를 점치기 어렵다. ‘전 후보’답게 정치인의 무게를 늘려갈지, 원로 교수처럼 큰 사안에만 점잖게 훈수 한마디 던질지, 이도저도 아니면 필부필부처럼 ‘씨’로 돌아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STEP 2. 커닝하기
이 단계는 다른 정치인의 호칭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그의 행보를 유추하는 과정이다.
‘전직’을 호칭으로 달고 다닌 대표 인물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다. 그는 2004년 3월 23일부터 2년 3개월여 동안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이후 계속 국회의원이었지만 그에게는 2011년 12월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5년 6개월여 동안 ‘박 전 대표’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역시 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나도 ‘박 전 대표’인데 왜 박근혜 의원에게만 붙여 주느냐”라며 농담 섞인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탄핵 역풍 천막당사 등 위기의 시기를 돌파했다는 이미지를 수년간 유지하면서 대선 주자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데 아주 요긴한 직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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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선 장터’가 종을 울리고 막을 내리면 ‘전 대선후보’도 희미해진다. 새 대통령을 제치고 ‘사퇴했던 후보’의 메시지에 주목할 사람이 많겠는가. 정치 개혁을 기대하는 ‘안철수 현상’은 여전하겠지만 인간 ‘안철수’는 잊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원장’에서 ‘안 후보’를 거쳐 ‘안 전 후보’로 변신하기까지 보여 줬던 모호함을 버리고 스스로 명확한 호칭을 붙여야 하는 이유다. 정치할 요량이라면 창당이든 입당이든 명확한 지향점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게 신선함과 개혁성에 지지를 보내 준 국민에 대한 예의다. ‘전 후보’ 직함의 유효기간은 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