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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반전캐릭터는… 최악 동물배우는… 2012 ‘내맘대로 영화상’

입력 | 2012-12-11 03:00:00

  




《올해 1000편 가까운 영화가 상영됐다. 이 작품들 중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 배우와 관련한 ‘올해의 최고’를 선정했다.》

최고 작명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장성기. 두현(이선균)은 결혼 뒤 ‘엽기녀’가 된 아내 정인(임수정)을 유혹해 달라며 성기를 찾아온다. 성기는 세계 뭇 여성을 사로잡던 세기의 카사노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민규동 감독은 성기의 성으로 ‘길장(長)자’를 썼을까?

최고 반전캐릭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나왔던 김혜은. 바른말 고운 말만 쓰던 아나운서 출신이 언제 걸쭉한 경상도 욕을 배웠을까? 허세와 술수에만 능하고 ‘주먹은 없는’ 반달 최민식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며 제압하는 그의 연기가 압권.

 

최고 편한 의상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마지막을 준비하다가 아내가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역할. 한때 세계 최고의 섹시가이로 각광받던 클루니는 영화 내내 슈트 대신 반바지에 허름한 티셔츠 차림이다. 그의 흰머리와 반바지 아래 슬리퍼는 영화 내용과 더해져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최고 난감커플

‘움’에서 모자 관계이자 연인인 레베카(에바 그린)와 토미(맷 스미스). 레베카는 사랑하는 연인 토미가 죽자 그의 체세포를 복제해 자신의 자궁에 품은 뒤 토미를 출산한다. 아들이기도 하고 애인이기도 한 토미를 묘하게 바라보던 레베카를 향한 관객의 한마디. “어쩌라고?”

최악 학살

‘프로메테우스’의 샬리즈 시어런. 외계 생명체에 감염된 동료를 화염방사기로 사정없이 불태워 죽인다. 아무리 영화 속 장면이라고 하지만 여신으로 추앙받는 아름다움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살인을 하는 잔인함 중 그의 진짜 정체성은 뭘까?

최고 상생

올리버 스톤 감독의 ‘파괴자들’에 나온 두 남자 촌(테일러 키치)과 벤(에런 존슨). 촌과 벤은 매력적인 여자 오필리아(블레이크 라이블리)를 ‘공유’한다. 보통 돈 많은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설정은 많지만 ‘한 여자 두 남자’의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싸우는 법이 없는 촌과 벤의 상생 정신을 우리 경제계도 본받아야 할 듯.

최악 동물배우

동물 연기는 이제 극중 필수요소다. ‘하울링’에서는 늑대 개의 연기가 돋보였다. 얼마 전 MBC 드라마 ‘마의’에서는 말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연가시’에서 화면을 스멀스멀 기어나올 듯한 기생충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배우들. 초등학교 시절 대변 검사로 존재를 알게 된 이들과 언제쯤 영원히 이별할 수 있을까?

최악 욕설

영화 속 욕은 관객의 응어리를 대리 배설한다. 시원한 욕 한마디가 명상 열 번보다 낫다. 그런데 욕이 제 기능을 못했다면…. ‘건축학 개론’의 한가인은 이 부분 최고. “사는 게 매운탕 같다”는 한가인이 이어 뱉은 “다 ×같애”. 철없는 첫사랑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일찍 결혼한 모범적 주부의 느낌만 물씬 풍겼다. 반면 입에 착착 붙었던 욕은 ‘도둑들’의 전지현 대사. “어마어마한 ×년이네.” 예전 ‘엽기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