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서 5200만원 도난당해CCTV에 스프레이 뿌리고 우체국 붙어있는 상가 침입… 3시간여만에 돈챙겨 달아나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월하동의 한 식당에 괴한들이 침입해 우체국과 맞닿아 있는 식당 겸 슈퍼마켓 한쪽 벽과 삼중으로 되어 있는 금고를 뚫고 안에 있던 5200여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진열대 제일 아래 칸 뒤의 벽면을 절단기로 잘라내고 금고 뒷면 철재 외판을 산소용접기로 다시 절단했다(왼쪽). 금고 바닥에 있던 현금 1500만 원은 손이 닿지 않아 가져가지 못했다(오른쪽). 전남경찰청 제공
잠시 뒤 2명 이상의 괴한들이 식당 복도 창문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침입했다. 이들은 50m²(약 15평) 넓이 식당 겸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과자, 볼펜 등이 있던 진열대 제일 아래 칸 생필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생필품이 아니라 이곳과 인접한 우체국이었다. 우체국과 붙어 있는 식당 한쪽 벽면은 두께 5cm에 불과해 공략 포인트가 됐다. 원래 식당과 우체국은 한 공간이었는데 분리되면서 얇은 패널로 벽을 친 것이다. 이들은 절단기로 벽면을 가로 59cm, 세로 62cm 크기로 잘라냈다.
이 우체국은 직원 4명만 근무하는 별정우체국(개인이 사업주가 돼 운영하는 우체국)이었으며 고객들이 맡긴 돈을 대부분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금고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고 뒤쪽에서 절단했고, CCTV 위치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철저한 사전답사와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 37분경 식당 주인 이모 씨(47·여)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우체국은 한 경비업체의 경비를 받았지만 괴한들이 우체국이 아닌 식당으로 침입해 금고를 뒷면에서 터는 바람에 감지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상가 벽면을 뚫고 산소용접기로 금고 뒷면을 절단해 현금을 훔쳐가는 수법은 1990년대 서울이나 광주 서구 등에서 발생했던 고전적 은행털이 수법이다. 은행털이범들은 금고를 잠자고 있는 현금 창고라서 해서 ‘먹통’이라는 속어를 쓰기도 한다. 벽을 뚫고 금고 뒷면을 절단하는 은행털이는 통상 2, 3명이 조를 짜 움직인다. 그동안 은행털이 10개 조직 30여 명이 전국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