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봐주고 판돈 10% 뜯고… 길이 2cm 윷으로 단속 피해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윷놀이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이 사용한 윷. 단속에 걸려도 쉽게 물증을 없애기 위해 길이 2cm의 초미니 윷을 사용했다. 서울 혜화경찰서 제공
서울 혜화경찰서에 “종묘와 창덕궁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윷놀이 도박판을 벌이는 일당이 있으니 단속해 달라”는 신고 전화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한 달에 40여 통씩 걸려왔다. 1인당 한 판에 1만∼10만 원씩 거는 도박판을 마련하고 망을 봐주는 대가로 판돈의 10%를 챙긴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허탕만 쳤다. 도박단은 단속을 피하려고 자체적으로 만든 길이 2cm의 작은 윷을 썼고 3, 4명이 망을 봤다. 경찰이 나타나면 “개똥아 이리와”라고 신호를 했고 바로 판을 엎어버려 물증을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경찰이 현장에 있던 사람을 추궁해도 다들 “나는 구경만 했다”고 잡아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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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장 동영상을 확보하고 수차례의 잠복과 탐문 수사를 통해 이들을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경찰은 도박장 개장 혐의로 ‘종묘파’ 행동대장 김모 씨(61)를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총책 김모 씨(54)를 쫓고 있다. 도박을 한 60∼80대 노인 1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구속된 김 씨가 조사 과정에서 “남산파 애들이 우릴 신고한 것 같은데 가만두지 않겠다”며 별렀다고 전했다.
김성규·서동일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