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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멍드는 10대] 중독 탈출 성공기

입력 | 2012-12-10 03:00:00

게임폐인 中3 확바꾼 12일간의 매직캠프




《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의 한 종류로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부록에 넣었다. 정식 정신질환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정신건강과 관련해서 심각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중독률은 7.7%. 특히 10∼19세는 10.4%로 가장 높았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게임중독 양상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게임중독의 심각성과 대책을 2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

“게임을 할 때면 아들의 얼굴이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로 돌변하는 것 같았어요.”

주부 박원희(가명·43) 씨는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아들 김윤형(가명·15) 군은 초등학생 시절, 전교 부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잘했고 교사로부터 칭찬도 자주 받았다.

문제는 6학년 겨울방학 때 인터넷 게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시작됐다. 생활이 180도 변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게임을 하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학교엔 지각을 했고, 수업시간에는 꾸벅꾸벅 졸았다. 집에 들어오면 가방만 던져놓고 게임에 몰입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무단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씻지도 않은 채 게임에만 몰두했다. 화장실은 대소변을 도저히 참지 못할 때만 갔다. 음식은 배가 심하게 고플 때만, 그것도 게임을 하며 먹었다.

짧았던 김 군의 머리카락은 무성하게 자랐다. 비듬이 바글바글했다. 씻지 않은 얼굴은 여드름과 기름기 범벅이었다. 양치질을 하지 않아 입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 김 군의 동생(13)은 밥맛이 떨어진다며 형과 뚝 떨어져 식사를 했다.

박 씨도 말리려 했다. 그러나 “밥을 먹어라, 씻어라”고 말하면 아들은 ‘악마’로 돌변했다. 욕지거리로도 모자라 아들은 엄마인 박 씨를 밀어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아들은 밤에 집을 나갔다. 박 씨는 잠옷 바람으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헤매고 다녔다. 아들을 찾으면 도로에 드러누워 “이럴 바에야 같이 죽자”며 애원했지만 아들은 시큰둥했다. 급기야 박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 씨는 아들이 중3이 될 때까지 5차례나 전학을 시켰다. 아들은 매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단결석을 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서 만난 청소년센터의 상담사는 박 씨에게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운영하는 기숙형 인터넷중독 치료학교인 ‘레스큐스쿨’에 보내보라”고 제안했다.

아들을 겨우 설득해 충남 천안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의 레스큐스쿨에 참가시켰다. 올해 5월이었다. 김 군은 몇 년 만에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 12일을 보냈다. 2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운동을 하고 상담을 받았다. 단체활동을 열심히 하자 수련교사들은 “뭐든지 다 잘한다”고 칭찬했다.

김 군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도 잘하는 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게임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을 비우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그는 달라졌다. 대안학교로 옮겼다. 게임을 하루 2시간만 하고 공부해 인문계에 진학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일같이 씻고, 살을 빼기 위해 운동도 한다.

아직 ‘게임 탈출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있단다.

“예전엔 왜 살아야 하는지,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이젠 최소한 앞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고, 목표가 있답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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