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고 아닌 목졸려 숨진 것으로 판단”
재판부는 1, 2심과 같이 유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목 부위 피부가 까져 있고, 오른쪽 턱뼈 주변의 멍, 근육 내 출혈, 정수리와 얼굴의 상처 등으로 미뤄 보면 피해자가 백 씨의 주장처럼 욕조 안에서 혼자 쓰러져 욕조에 뒤통수를 부딪친 후 목이 꺾여 숨진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인의 출산과 남편의 전문의 자격시험 준비로 부부가 예민한 상황이었고, 피해자가 백 씨의 게임중독 증세로 다툼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감정이 상해 우발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상황에 이르렀을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백 씨는 “(피해자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상처와 출혈은 혼자 쓰러져 목이 눌린 상태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다가 피부끼리 마찰이 생겨서 났을 수 있고, 오랜 시간 목이 눌려도 내부출혈이 생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부의 손상 정도나 방향으로 볼 때 접혀 있는 목 피부끼리의 마찰로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백 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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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씨가 재상고함에 따라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만약 대법원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낼 수 있지만 통상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것은 무죄 취지라는 게 아니라 유죄를 충분히 입증하라는 취지였다”라며 “6개월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유죄가 명백히 드러나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됐고, 살인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황증거를 놓고 유무죄를 가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치과의사 모녀 사망 사건과 비슷했다. 치과의사 모녀 사망 사건은 1995년 6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욕조에서 여성 치과의사와 그의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남편인 외과의사가 살인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무죄의 과정을 거쳐 2003년 대법원에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라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됐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