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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소영]국제투기자본 통제할 ‘토빈세’ 필요하다

입력 | 2012-12-06 03:00:00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선주자들이 쏟아내고 있는 다양한 경제 공약과 견해 가운데 토빈세에 관한 논의는 그동안 대선에서 나왔던 단골 메뉴가 아니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복지, 실업, 조세 등과 달리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토빈세는 국제 투기 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금융시장,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자본의 외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여 국제 자본의 이동을 안정화하려는 것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급격한 국제 자본 유출입으로 인해 환율 급등락 등 심각한 폐해를 경험한 한국에 토빈세를 포함한 자본 통제 정책의 도입 여부는 중요한 논의이다. 이에 각 대선주자들뿐 아니라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토빈세 법안을 발의했고, 정책 당국자들 또한 토빈세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였다.

한국이 현 상황에서 토빈세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토빈세 찬성론자들은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와 은행세 등 기존에 도입된 거시 건전성 정책은 주로 은행의 단기 차입에 관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포트폴리오 부문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향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론자들은 기존에 도입된 정책들과 그러한 정책들의 보완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토빈세를 도입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자본통제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수 있고 자본 유출이 진행되어 금융시장과 경제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고 국제적인 공조가 가능할 때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부각되고 있다.

투기자본 급격한 유출입 폐해

하지만 지금 한국이 토빈세를 포함한 자본 통제 정책을 재고하는 것이 역사적 상황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고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 현 국제 통화 체제는 선진국은 자유로운 국제 자본 이동을 허용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자본 통제를 하는 이원적인 제도로 출발하였다. 이후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배경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제 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하게 되었으나 선진국들과 달리 반복적인 경제위기와 금융시장 불안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신흥국들이 국제 자본 이동을 다시 통제하는 것도 가능한 방안이었으나, 대부분은 선진국들의 압력하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신 외환 축적으로 위기 시 사용할 수 있는 국제 유동성을 확보하여 국제 자본의 급격한 이동에 대응하는 방안을 추구하였다.

외환 축적이 신흥국에 숨을 돌릴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바람직한 것인지, 지속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미국 단기 국채와 같은 안전하고 유동성이 크지만 수익률이 낮은 자산이므로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고, 국가 포트폴리오에 대한 왜곡을 초래한다. 또한 향후에도 신흥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금융 글로벌화로 인해 신흥국이 요구하는 외환보유액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나, 세계 경제에서의 지위가 하락 중인 기축 통화국 미국이 국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하여 폭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가능할지라도 이는 미국 재정 부채의 급증을 의미하므로 미국 국채가 외환보유액으로 사용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현 시스템의 지속적인 유지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국제통화기금(IMF)의 각종 대출제도 등 국제적인 협조로 위기 시 국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발전시켜 왔다. 현재 글로벌 금융 안전망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각 제도는 나름대로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이러한 제도들의 도입은 현 국제 통화 체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보조적인 장치들의 도입에 불과하고, 신흥국의 입장을 반영한 근본적인 국제 통화 체제의 개혁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문제점들이 이전에는 통제되었던 국제 자본 이동을 자유화함에 따라 시작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다시 자본 이동을 통제하는 정책을 고려하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재고할 수밖에 없다.

외환 축적만으론 불안

토빈세 도입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토빈세를 비롯한 자본 통제 수단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은 국제 통화 체제와 환경의 역사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국제 사회에서도 정당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 이러한 논리를 전파시켜 공감,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내적으로는 한국에 어떤 선택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에 관한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 자본 통제와 토빈세를 둘러싼 논의가 대선 이후 사라지는 많은 공약과 논의들과 달리 내년에도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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