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정 백석문화대 관광학부 교수
그러나 나의 직장생활은 우당탕탕 좌충우돌 실수와 난관의 연속이었다. 학생 시절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았던 내게는 회사에서 지켜야 하는 많은 규율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쉽지 않았다. 오전 3, 4시에 일어나야 하는 근무가 이어지면 매번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열어야 했다. 너무 졸려 잠깐 더 자다가 헐레벌떡 공항으로 뛰어가기 일쑤였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일하다 보니 멀미에 시달렸다. 속이 울렁거리는데도 억지로 웃으면서 승객들 앞에 서 있으려니 괴로웠다. 비행기 통로를 지나는데 갑작스러운 기체 요동으로 넘어지면서 남자 승객의 무릎에 앉아 버리기도 했다.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던지….
게다가 막내 승무원인 나는 화장실 청소를 맡아야 했다. 솔직히 그때까지 우리 집 화장실도 한 번 청소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다국적 승객들이 사용한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제일 참기 힘든 것은 구토를 치우는 일이었다. 아기, 어른, 술 먹은 사람 구토물을 냄새를 참아 가며 종류별로 치워야 했다.
“아! 너무 힘들다. 어렵다. 발 아프다. 더 자고 싶다. 못 해 먹겠다!” 화려하고 멋진 일이라고만 여겼던 내 생각과 너무도 달라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여러 번 고민도 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도 했지만, 승무원으로 합격만 시켜 준다면 힘든 일은 다 하겠다는 친구를 만나면서 마음을 바꾸어 나갔다. ‘나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래, 인내해 보자!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나는 사회생활의 위기와 권태기를 그렇게 극복했다. 그리고 18년간 무사고·무벌점으로 근속했고, 최연소로 선임사무장으로 진급했으며, 일하면서 학업에도 열중해 현직 여승무원 최초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승무원이라는 불규칙한 직업 환경에서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교수로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인생의 귀중한 교훈을 배우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성장했고 어려움을 깨닫고 인내를 배웠다. 실수도 아픔도 자산이 됐고 또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향정 백석문화대 관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