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야구경영 수업-사업… 어떤 길 선택할지 주목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박찬호(39)는 지인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했다. 뜻이 있으니 길이 생겼다. 지난해 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박찬호에게 국내 복귀 길을 열어줬고, 그는 원하던 대로 올해 고향 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코리안 특급’이 던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팬들은 야구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 시즌 초반 괜찮았던 구위가 고질이던 허리와 팔꿈치 부상이 도지며 급격히 떨어졌다.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그에게는 더이상 선수 생활을 연장할 동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29일 구단을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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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마친 뒤 그는 한화의 마무리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현역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24일 귀국해 이튿날 ‘박찬호 장학금 전달식’ 행사에 참석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한다. 아직 마음이 반반이다”라며 최종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박찬호의 최종 선택은 은퇴였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뒤 30년 가까이 섰던 마운드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199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7시즌 동안 아시아 선수 최다인 124승(98패, 평균자책 4.36)을 거뒀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해 일본 야구도 경험했다. 박찬호는 10월 3일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서도 KIA와의 대전경기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5실점(3자책)의 역투를 펼쳤는데 이 경기가 그의 프로 마지막 경기가 됐다. 올해 성적은 5승 10패에 평균자책 5.06. 박찬호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
○ 지도자냐? 사업가냐?
선수 생활을 마감한 박찬호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먼저 지도자가 돼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경우 가장 유력한 팀으로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꼽힌다. 박찬호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NC 이태일 사장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 또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감독도 박찬호를 각별히 챙겨 왔다.
그는 또 시즌 중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야구 경영을 공부해 보고 싶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 경우엔 다저스 시절부터 절친했던 피터 오말리 씨가 구단주로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경영 수업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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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