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 성장률을 3.4%에서 3.0%로 낮춰 잡았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며 가정한 성장률(4%)보다도 1%포인트 낮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성장률이 3.5%에 그칠 경우 국세 수입이 2조3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나라에 들어올 돈은 감소하지만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써야 할 돈은 늘어난다. 정부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지원 서비스 등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분야에 가용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내년 예산 심의과정을 보면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나 국가 경영을 위한 고뇌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원과 복지공약 해결을 위한 선심성 예산 늘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12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증액을 요구한 예산은 12조 원에 이른다. 반면에 예산 감액 요구는 1조 원에 불과했다.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 할 국회가 뺄셈보다 덧셈만 열심히 했다. 국토해양위는 3조8641억 원을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주로 국회의원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이다. 보건복지위는 복지부 장관의 반발에도 영유아 무상보육, 아동수당 지급,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에 쓸 2조5710억 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세 싸움을 벌이느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계수조정소위)를 늑장 구성해 올해 정부 예산안 처리도 법정시한(다음 달 2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제 몫을 못하니 정부가 도리어 정치권의 민원성 법안을 감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전 건설교통부 장관)는 “재정적자와 국채발행 한도를 법률로 정하고 재정지출 유발 법안에 대해 재정 추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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