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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이스하키 사상 첫 여자 특기생 광운대 안근영

입력 | 2012-11-23 03:00:00

퍽만 보면 男보다 더 독종이 된다




광운대 아이스하키 선수인 안근영(왼쪽)-성근 남매가 22일 광운대 빙상장에서 스틱을 잡은 채 포즈를 취했다. 누나 안근영은 2013년 체육특기자 수시모집에서 여자로는 최초로 대학 아이스하키선수로 선발됐다. 안근영은 광운대에 1년 먼저 입학한 동생과 함께 국내 첫 ‘아이스하키 남매’로 빙판을 누빌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스틱을 쥐고 빙판을 누비는 초등학생 남동생이 부러웠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4년 동생이 뛰던 유소년클럽팀 의정부 위니아에 입단해 함께 빙판을 누볐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 후 계속 태극마크를 달고 있지만 고교 졸업 후엔 갈 곳이 없었다. 열악한 국내 아이스하키에는 아직까지 여자 실업팀은 물론이고 대학팀도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대표팀과 동아리팀을 오가며 얼음을 지쳤다.

그렇게 기다리길 3년.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달 초 광운대의 2013학년도 체육특기자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 광운대 아이스하키부는 10명을 뽑았는데 안근영(21)은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여성 특기자 선수가 탄생한 것이다.

○ 남자들과 부딪치며 배운다

21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빙상장. 얼음 위에선 광운대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선덕고 선수 등 40여 명이 훈련에 한창이었다. 유일한 여자 선수인 안근영은 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버텨냈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안근영의 입술 주변은 여기저기가 부르터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근영은 광운대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태릉 빙상장으로 이동해 여자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지상(地上) 훈련을 제외하고 하루 5시간 이상 얼음 위에 머문다. 최진철 광운대 감독은 “안근영은 남자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체력훈련도 포기한 적이 없다. 여린 얼굴이지만 독종 중의 독종”이라고 했다.

아이스하키의 매력 중 하나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보디체킹이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는 규정상 보디체킹이 금지돼 있다. 안근영은 “동료 선수들이 조심하는 편이지만 가끔 펜스 주변에서 퍽을 다툴 때 보디체킹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들과 부딪칠 때면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난다. 이튿날까지 온몸이 욱신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남자들의 스피드를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뛰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 오누이의 동반 출격 임박

남동생인 안성근(19)은 올해 광운대에 입학해 수비수로 뛰고 있다. 공격수인 안근영이 내년부터 경기에 뛰게 되면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최초로 오누이가 같은 경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첫 무대는 내년 4월 예정인 전국대학아이스하키선수권이 유력하다.

최 감독은 “실력으로 안근영이 남자 선수들과 함께 뛰는 건 무리다. 그렇지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여성 아이스하키의 경기력 발전을 위해 안근영을 자주 경기에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명예회장인 조무성 광운학원 이사장과 이 대학 체육특기자 선발위원들이 안근영을 특기자로 선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 선수가 남자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협회 규정이 없어 경기에 나서는 데는 걸림돌이 없다. 안근영은 “목표는 평창 겨울올림픽 자력 출전권을 따는 것이지만 훗날 한국에 여성 아이스하키 팀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