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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 이슈]5개월 새 180원 뚝… 수출기업들 악소리

입력 | 2012-11-22 03:00:00

원화가치 상승에 엔화가치 하락 겹쳐 원-엔 환율 16개월 만에 최저




원화 가치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의 상대적인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국내 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철강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 정치가 촉발한 원-엔 환율 급락

원-엔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는 배경에는 일본 정치권이 있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엔화를 풀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17일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돈을 찍어 내겠다”고 말해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건설국채 무제한 전량 매입,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아베 총재의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원-엔 환율은 1326.23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7월 8일 1299.32원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원-엔 환율이 가장 높았을 때인 6월 4일 1509.91원과 비교하면 약 5개월 사이에 180원 넘게 하락했다.

○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 지속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이어가 달러당 1080원 선이 위협받고 있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강력한 구두 개입으로 전날보다 1.0원 오른 1083.20원에 마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말부터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 대한 발언을 이어왔다. 그러나 시장 흐름을 돌리기 위한 정책수단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에도 달러당 1080원 선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건희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팔아 손실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많아서 달러 매도 물량이 많다”며 “연말까지 1075원까지는 확실히 내려갈 것 같고 1060원대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 국내 수출기업 ‘비상’

원-달러 환율 하락세까지 겹치면서 국내 기업 수출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해외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엔 환율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는 원-달러 시장만 있어서 여기에서 결정되는 환율과 도쿄 외환시장의 엔-달러 환율에 따라 원-엔 환율이 자동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원-엔 환율 하락폭이 커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에 비해 우위에 있는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엔고 덕분에 일본 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원-엔 환율이 12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하면 환율 메리트가 사라진다”며 “일본 차와 오로지 품질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하면 중소 수출기업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070원대로 떨어지면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1050원 아래로 밀리면 대기업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