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시험관아기-인공수정 시술비 지원 6년 성과
17일 쌀쌀한 날씨에도 이경석 씨 부부는 세 딸과 노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다. 이 씨는 육아 노하우를 공유하는 아빠들의 모임인 ‘100인의 아빠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흔쾌히 인터뷰를 하겠단 말에 내심 놀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어 하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마음을 읽은 듯 이경석 씨(38)가 말했다. “시험관 시술로 예쁜 딸 셋을 얻었다고 제가 더 많이 말하고 다녀요.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부부들이 많을 겁니다. 산부인과에 가는 게 두려워 돈 낭비, 시간 낭비 하는 남자들도 있고요. 저희 아이들 모습을 보면 용기가 나지 않을까요?”
이 씨는 지금은 큰딸 보미(5)와 지우, 유나(2) 쌍둥이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다. 하지만 이 씨 부부에게도 고민이 깊었던 때가 있었다. 두 사람은 2002년 결혼했다. 처음에는 신혼이고 맞벌이니까 임신을 미루려고 했다. 이듬해 막상 아이를 가지려 하니 임신이 되지 않았다.
결국 부부는 결혼 4년 만에 병원에 갔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문제를 부모에게 알리지 못했다. 남들이 쑥덕거릴 것만 같았다. 10m밖에 되지 않는 산부인과 대기실 복도가 1km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창피한 일도 아니잖은가. 이 씨는 “남자들이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산부인과에 가기 위해 직장에 휴가 내는 것을 부끄러워해선 안 된다. 스스로 편견을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난관도 있다. 바로 비용. 인공수정 시술에는 1회 50만∼70만 원, 체외수정에는 1회 300만 원 이상이 든다. 한 번 시도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3, 4회 시도하려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보건복지부가 ‘난임’ 부부를 위해 2006년부터 의료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 정책의 수혜자가 됐다. 바로 그해 큰딸을 시험관 시술로 가졌다. 둘째와 셋째 쌍둥이 딸도 정부 지원을 받아 시험관 시술로 얻었다.
내년 초 출산을 앞둔 공수정(가명·35) 씨도 마찬가지. “인공수정은 50만 원 정도라 개인이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1회 300만∼400만 원의 체외수정 비용은 상당히 부담된다. 정부가 절반을 지원해줘 시도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난임 부부 지원 정책 덕분에 6년 동안 4만4245명(6월 현재)이 세상에 나왔다. 2010년부터는 체외수정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에도 의료비를 지원한다. 2011년에만 1만 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복지 정책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소득이 국내 평균의 150% 이하(2인 가구 기준 월 527만 원)에 들면서 산부인과에서 난임 부부라는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아내의 나이는 만 44세 이하가 조건이다.
체외수정은 회당 180만 원(기초생활수급자 300만 원) 이내에서, 최대 4회까지 지원된다. 단, 4회째는 100만 원 이내로 제한된다. 인공수정은 회당 50만 원 범위 내에서 3회까지 지원한다. 의사에게 진단서를 받아 신청서를 보건소에 내면 심사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